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필름 Sep 09. 2020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 노트 참여


안녕하세요, 오렌지필름 입니다.

‘서로를 보다.’, 제2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프로그램노트 작성에 참여했습니다. 

2020년 9월 10일(목) ~ 2020년 9월 16일(수), 총 7일간 

메가박스 상암월드컵경기장,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진행되오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홈페이지 : http://siwff.or.kr/kor/




아시아단편1:  #미즈코 / 케이틀린 레벨루, 키라 데인


시놉시스

일본에는 태어나지 못한 생명을 가리키는 특별한 단어가 있다. "물의 아이"라는 뜻을 가진 미즈코 (水子)는 유산되거나 낙태된 태아를 지칭한다. 이 단어와 더불어 불교에서 행하는 '미즈코 공양'이라는 애도예식에서 여성들은 은유적으로 물의 아이들을 바다로 돌려보낸다. 일본계 미국인 감독은 미국에서 자신의 낙태 경험을 애니메이션과 함께 전하면서 특별한 문화적 맥락의 충격을 내적으로 사유한다.


프로그램 노트

탄생과 동시에 죽음이 중첩되어 있는 존재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매끄러운 의료 절차는 존재하지만, 호명할 단어는 부재한 미국의 삶에서 연출자는 현재에서 과거로, 미국에서 일본으로 몸과 마음의 장소를 교차하기 시작한다. <미즈코>는 텅 빈 단어와 정서의 갈증을 끝 없이 움직이는 '물'의 이미지로 채우며 자신의 삶을 마주한다. 그리고 만나지 못한 '당신'과 우리를 향해 애써 고른 마음의 언어를 건넨다. [민지연]




아시아단편1:  #무화이와굄 / 박진슬


시놉시스

옥상에 버려진 빈 수조에 정체 모를 물고기가 나타나며 평소 옥상을 이용하던 세 사람 무화, 이와, 굄의 이야기가 각자의 시점으로 펼쳐진다.


프로그램 노트

<무화,이와,굄>은 사람이 없는 장소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세 인물을 나눠서 소개한다. 말과 몸이 어딘가 '갇혀 있는' 인물들이 함께하게 되는 순간은, 역설적으로 옥상의 수조 속 '갇힌 존재'에 대한 관심을 통해서다. 이처럼 영화는 자기 안에서만 맴도는 말과 시선이 깨지는 순간을 유의미한 사건으로 두고 반복과 변주를 통해 세 인물을 잇는다. <무화,이와,굄>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은 사실 기적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민지연]


아시아단편2:  #조금부족한여자 / 허수영


시놉시스

어느 날 아침. 토막 난 여자의 몸이 발견된다. 하체와 왼손 외에 다른 몸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어떤 침입의 증거도 찾을 수 없어 사건이 미궁에 빠지려던 찰나, 남아있던 왼손이 다섯 손가락으로 일어나 증언을 한다. 서로를 너무 싫어한 나머지 떠나버린 다른 몸을 찾아 하체와 왼손은 길을 나선다.


프로그램 노트

자신이 사회에서 유의미한 결과 값을 내지 못할 때, 우리는 아주 쉽게 쓸모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정의 내린다. <조금 부족한 여자>는 이처럼 자기 자신의 탓으로 방향을 돌리게 되는 순간을 시각적 상상력을 발휘해 유쾌하게 그려낸다. 손, 발, 몸, 머리 등 주인공의 조각난 신체는 성찰 없이 자신의 값을 정의하는 문장과 동일해 보인다. 그리고 이는 스스로를 조각 내는 것과 다름 없다는 것을 관객에게 보여주는 게 아닐까. [민지연]



아시아단편2:  #이별유예 / 조혜영


시놉시스

눈을 감으면 어떤 장면들이 종종 아른거린다. 배경은 살았던 집이다. 나는 형체 없는 장면을 따라 과거에 살던 곳들을 찾아간다. 그 곳에서 이제는 어디에 사는지 알 수 없는 사이가 된 아버지의 집을 상상해본다. 그의 집을 상상하는 것은 그의 삶을 추측하는 것이다. 스쳐간 장면이 유난히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지금의 기억으로 어느 시절에 대한 작별을 전하고자 한다. 영화가 기억을 쌓는 일이라면 그 빛에 담고 싶은 것은 무수한 실패의 기억이다.


프로그램 노트

<이별유예>는 연출자가 서울에서 사는 집을 떠나면서 시작한다. 하나가 채워지면 다른 하나가 결핍되는 서울의 집과 삶이 닮아있다고 생각한 연출자는 고향의 엄마,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집과 관련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횡단한다. 그러나 <이별유예>는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동시에 사적 기억의 고유성을 간직하려 애쓴다. 6mm DV 테이프에 옮겨 적은 자신의 생각, 아빠가 담아낸 사진들은 볼 수 있지만, 들을 수 없다. 이렇듯 작품 전체가 연출의 선택에 따라 멀어지는 동시에 가까워지는 운동성을 갖고 있다. 마치 서울의 삶처럼, 미뤄둔 이별처럼 말이다. [민지연]


퀴어레인보우:  #사랑하는소녀 / 최지은, 조효정


시놉시스

미술관 속 그림인 '기도하는 소녀'는 큐레이터를 몰래 짝사랑하는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팔려버린 소녀는 마지막으로 큐레이터에게 자신의 마음을 알리기 위해 작품을 넘어 달려간다!


프로그램 노트

소녀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이 맺히는 그림 속 세계에 살고 있다. 정적인 그림 속 소녀의 동적인 생명력이 빛나는 순간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소녀가 서로 시선을 마주할 때다. <사랑하는 소녀>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만남, 이별과 사건 그리고 비롯된 모든 감정의 결들과 표정들을 익히 아는 명화 속 세계를 전유하며 그려 낸다. [민지연]




아시아단편4:  #다공성계곡2_트릭스터플롯 / 김아영


시놉시스

자기 자신의 복제와 결합한 후 시공을 뛰어넘는 차원으로 이동하게 된 광물 덩어리이자 데이터 조각, 신적 존재인 페트라 제네트릭스. 크립토밸리의 해안가에 불쑥 내던져져 눈을 뜬다. 이 곳에도, 저 곳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의 땅에서 페트라는 다시 한 번 이주 심사를 경험하며, 이주자를 외계인 또는 바이러스로 간주하는 이주 당국의 처사 앞에 놓인다. 심사 실패 후 스마트그리드에 구금된 페트라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보호소를 탈출하게 되는데…


프로그램 노트

우리에게 익숙한 사고의 패턴을 전혀 다른 생명체, 시간 속으로 옮겨온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은 되려 현실적인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이주 심사를 받고 있는 '페트라 제네트릭스'는 자신의 역사와 함께 이곳에 온 이유에 대해 대답하고, 또 대답한다. 강도 높은 심사에도 불구하고, 부적격자가 된다면 떠나기 전까지 영원히 그리드에 갇힐 수 있는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존재하는가. 쪼개진 화면에서 지속적으로 얹어지는 아랍어와 함께 가면을 벗은 마지막 얼굴들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비교적 명확해 보인다. 작품을 그저 공상으로만 바라볼 수 없다는 점에서 역으로 현실은 더 멀게 느껴진다. [민지연]


퀴어레인보우:  #담쟁이 / 한제이


시놉시스

동성부부인 은수와 예원. 영원할 줄만 알았던 평범한 나날 속 어느 날. 그들의 삶에 위태롭게 찾아온 가족이라는 단어. 그리고 홀로 남겨진 수민. 은수와 예원, 수민은 이제 눈 앞에 놓여진 벽을 함께 올라가려 한다.


프로그램 노트

<담쟁이>는 사회 제도상 '가족'이란 단어에 묶이지 못한 한계를 지속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은수(우미화)와 예원(이연)을 중심으로 가족에 대한 질문을 여는 작품이다. 그간 사회적 시선에 부딪히며 이해 받기를 포기한 채 쌓여온 물리적 시간은 그들의 표정 뒷면, 찰나로 접힌다. 이를 테면 동료가 서로의 존재에 대해 물을 때 솔직하게 답하지 못하는 순간, 혼자인 채 서로를 떠올리는 순간, 그들의 얼굴을 잠깐 스치는 표정이 그렇다. 은수와 예원의 상황을 보여준 뒤 <담쟁이>는 곧장 다음 질문을 향해 나아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은수 언니, 은혜가 세상을 떠나면서 은혜의 딸 수민(김보민)과 은수, 예원은 함께 지내게 된다. 사랑하는 사이, 그리고 아이까지 이 세 명의 관계를 '가족'이라 부르지 못한다면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까.


<담쟁이>는 영화 밖의 은수와 예원을 위해 답을 내리지 않은 채 꿋꿋이 앞으로 나아간다. 사회 속에서 계속해서 증명을 해야 하거나 정의로 인해 괴로운 그들에 대해 불필요한 주석을 달지 않기에 되려 더 많은 질문을 열어둔다. '가족'이라는 단어가 서로를 살피며 함께 살아가는 관계를 담을 수 없다면 이제 새로운 단어가 필요한 건 아닐까. [민지연]

       








매거진의 이전글 제21회 대구단편영화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