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기도는 마침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안>을 보고

by 오렌지필름


나는 믿는 신은 없지만,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믿는다. 그리고 아주 가끔 기도를 한다. 어디로 닿을지는 모르겠지만, 존재하는 신이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를 바라면서, 기도의 끝엔 언제나처럼 아멘. 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주인공(스타쓰)을 보면서 관객으로 내가 한 기도는 3번 정도 바뀌었다. 친구들에게서 벗어나기를, 마약에서 벗어나기를, 그리고 절망에서 벗어나기를. 신기하게도 영화를 끝까지 보고 난 이후에는 오히려 그가 아무것에서 벗어나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신의 삶을 보여주면서 우리에게 말하고 있었다. 닿을 수 없는 기도와 그럴듯한 희망의 땅이 아니라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이 일상에서 지금처럼 묵묵히 걸어가는 것 밖에는 없다고.


이렇게 깊은 울림을 줄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의 형식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서사는 명확하게 한 인물을 따라가되 형식적으로는 다큐처럼 더하거나 빼는 것 없이 주인공을 보여주는데 태어나면서 주어진 환경과 주변에 어쩔 수 없이 영향을 받는 평범한 우리처럼 친구들과 별일 없이 모여서 낄낄거리는 동네 친구의 모습으로의 주인공도 보여주기도 하고, 마약범을 잡는 경찰관도 되었다가 되려 마약에 빠져서 절망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리고 처절하게 노력해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주인공에게 마치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온 한국이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걸, 그리고 다시 자신의 삶 속으로 들어오는 주인공을 시간의 흐름 그대로 주인공의 삶의 무게만큼이나 묵직하고 단단하게 보여준다.


영화에서 내내 주인공을 따라다니는 마약은 현실과 이상 사이의 그 무언가 라기보다 영화 안에서 마침표로 활용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멈추기 전에는 마침표가 절대 될 수 없는 삶처럼 주인공을 따라다닌다. 영화 속에서도 가장 집약적으로 보여준 장면은 주인공이 마약을 하려다, 환멸을 느끼고 다 버리려고 변기에 쏟아냈다가 다시 변기 주변에 남은 마약을 줍는 부분이 그렇다. 우리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어떤 것, ‘운명’ 같은 어떤 무언가. 그러니까 우리가 생을 끝낼 때 까지는 마침표가 되지 않는 이야기.


우리의 삶은 기도로, 희망으로만 이루어져 있지 않으므로 우리는 기도 안에서, 일상 안에서 묵묵히 살아가야 한다. 우리의 기도는 마침표가 될 수 없기 때문에.



<하나안>

2012, 88분, 드라마, HD

감독 : 박루슬란

출연 : 스타니슬라브 장

줄거리 : 함께 있을 때 두려울 것이 없었던 친구들... 희망 없는 도시에서 그들이 꿈꿨던 ‘하나안’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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