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을 보고
<너의 이름은.>은 ‘만약’(if)의 서사입니다.
만약 대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만약 미리 알았다면, 그래서 만약 아무도 다치지 않을 수 있었다면.
심리학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만약(if)이라는 단어로 시작되는 문장으로 누군가 질문한다면 그 문장은 ‘욕망’(desire)의 문장이니 대답을 하지 말라고 했었습니다.
“만약에 우리가 만나면 어떨 거 같아?” 와 같은 예시와 함께 말입니다. 당시 저는 욕망이라는 단어에 꽤 꽂혀 있었고, 교수님에 말에는 물음표도 던지지 못하는 학생이어서 지금까지도 그 문장을 그대로 수긍한 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저는 만약에의 서사인 <너의 이름은.>이 욕망이라는 큰 범주에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 영화가 건네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꼭 하고 싶어 졌습니다. 잊히면 안 될 ‘너의 이름’을 계속 불러 보면서요.
<너의 이름은.>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두 사람이 서로의 ‘몸’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오고 가다 각자가 되어 만나고 끝이 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서로를 알아볼 수 있었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소재는 빨간 머리 끈입니다. 둘의 만남이 순탄치가 않아서 저도 모르게 애가 탔고 끝내 만났을 때 엉엉 울었습니다. 그리고 계속 영화에 대해 생각을 하다 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왜 둘은 서로 만나야 했을까?”
<너의 이름은.>은 개봉 당시 싱어롱(Sing Along)과 같은 영화 관람 문화를 만들어낼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작품입니다. 그 외에도 “너의 이름은?”을 물어보는 일본어 대사를 톤과 음정을 맞추어 친구들이 따라 했던 기억이 납니다. 두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너를 알고 싶고, 만나고 싶어서, 서로의 몸이라는 공간에 머물렀을 때 이름을 물어봅니다. “너의 이름은?” 그리고 다시 개인의 일상으로 돌아올 때 그 이름을 잊어버립니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보게 됩니다. 계속.
이 영화에 대한 연출 의도나 인터뷰를 들어보면 일본 대지진이라는 비극적인 일 이후 감독이 위로하기 위해 만든 영화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이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과거의 사건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가족을 잃고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는 슬픔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이 곧 나의 일이기도 하므로.
현재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누군가 혹은 공간이 있었으므로.
두 주인공은 서로를 알아보고, 만나야 했고, 또한 잊히지 않도록 계속 이름을 불러야 했던 것입니다.
저 또한 계속 잊히지 않도록 당신의 이름을 묻고, 또 불러보려 합니다. 이 영화가 건네는 질문에 겨우 그것만이 저의 대답이 될 테니까요.
너의 이름은. (2016)
애니메이션, 106분
감독 : 신카이 마코토
아직 만난 적 없는 너를, 찾고 있어. 천년 만에 다가오는 혜성 기적이 시작된다.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는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신기한 꿈을 꾼다
낯선 가족, 낯선 친구들, 낯선 풍경들... 반복되는 꿈과 흘러가는 시간 속, 마침내 깨닫는다
우리, 서로 뒤바뀐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