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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 Dec 14. 2021

어른다운 어른의 모습

- 천종호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를 읽고


“사과해야 할 사람은 네가 아니라 오히려 우리 어른들이란다.”  - 6장. 아니야, 오히려 우리가 미안하다. p77.


올해 초 아동 학대 정인이 사건으로 전국의 많은 부모들이 분노하고 슬픔에 잠겨 피고인의 법정 최고형을 외치는 일이 있었다. 이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오른 아동 학대의 끔찍한 사건 중 일부일 뿐, 아직도 수면 아래에서 드러나지 않은 수많은 아동 학대 사건과 또 그와 연관된 청소년 범죄가 많다는 점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 책은 바로 그 ‘우리 사회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글쓴이가 2010년부터 8년간 창원지법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며 만났던 소년 법정에서의 많은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학대, 무책임함으로 인한 피해자였음을, 그래서 우리가 그들의 반사회성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소년 법정에 서는 아이들이 짊어져야 했던 삶의 무게와 그들이 처한 현실을 들여다봐 줄 것을 여러 사연을 통해 이야기하고, 법 개정의 요구와 관련된 글쓴이의 생각을 현실적인 근거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판사로써 소년 법정에 섰던 청소년들에게 10호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었지만, 판결 이후에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고군분투하며 청소년 회복 센터를 만들어 청소년들의 회복과 사회로의 복귀를 도왔던 긴 시간 동안 그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을까? ‘호통판사’로는 유명하지만 아동 학대 방지 협회와 손잡고 회원들의 모금으로 회복 센터에 속옷과 위생 용품 등을 보내며 법정 밖에서도 청소년을 위해 뛰어다녔던 ‘따뜻한 어른’으로써의 글쓴이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들이 많기에 이 책을 주변에 권유하고, 나 역시 정독하며 ‘진짜 어른’에 대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법은 ‘관계의 준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 15장. 인간을 위한 법과 정의. p163.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두 사람 이상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경우에는 서로가 지켜야 할 규칙이 만들어지고 그 규칙은 ‘법’이라는 이름으로 발전하게 된다. 사회 공동체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법이며, 약속과 규칙을 지키는 것의 중요성을 우리는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행동을 보이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보아야 한다.


또 법의 테두리가 너무도 투명하고 깨지기 쉬워서 아이들이 비행 청소년이 되고, 그들을 처벌할 도구 역시 솜방망이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어른들이 이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어야 하는 아이들을 너무도 가혹한 현실로 내몰고, 그들이 처한 현실과 그들의 목소리에는 눈과 귀를 막은 채, 오로지 사건의 결과만 보고 엄벌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도 생각해보아야 한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 제일 처음 맺게 되는 관계가 바로 ‘가족 관계’이다. 가족 관계에서 관계의 준칙을 배우기 어려웠던 아이들은 사회관계에서의 관계의 준칙 역시 배우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는 강력한 처벌만이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을 위한 일이 아니라, 그들이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 우뚝 설 수 있는 방법과 관계의 준칙을 지키는 방법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어른다운 어른’의 역할에 대해 여러 생각과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나에게 ‘내가 만난 소년에 대하여’라는 책은 내가 어른다워지는 방법과 거창하게 법에 대해 외치지 않아도 절벽으로 내몰린 청소년들에 대하여 어떤 마음과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어도 ‘정의’가 쉽게 정의되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힘든 일을 못 본 채 하지 않고 내가 가질 수 있는 따뜻한 마음가짐, 내가 도울 수 있는 도움의 한계를 정하여 작게나마 노력할 수 있다면 그것이 ‘정의’로 다가가는, 어딘가 있을 정의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이 판사가 꿈인 나의 큰 딸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하고, 많은 부모님들과 청소년들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책 오류 정정
p.181 가해자의 상처가 치유되고 회복될까요?
=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로 정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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