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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모씨 May 18. 2022

5월 12일

토커티브커피

 

 일회용품에 담겨 나오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이제 이런 것에 일일이 화를 내기가 힘들어졌다. 이게 그렇게 좋지 않은 태도임을 알지만, 그럼에도 가늘고 길게 행동하는 것도 좋다는 마음을 가져본다.


 용산동 근처에서 상담을 마치고 급히 저녁을 먹고, 다시 커피집에 왔다. 하루의 첫 커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꼭 이렇게 돈을 더 쓰게 되는 것일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에스프레소를 마셔볼까 했지만, 곧 있을 미팅 때 손이 덜리거나 하면 안 되니까, 아메리카노를 먹는다. 2000원과 3800원의 차이를 계속해서 되뇌곤 한다. 이제 이 나이의 사람이라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될 고민과 후회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어 커피를 씁 소리를 내며 마시게 된다.


 지금 글을 적고 있는 메모장은 대략 A5 정도의 크기이다. 여기에 하루의 글을 적는 것을 ‘결심’하고 나니, 이상하게 글을 적는 게 조금 부담스럽다. 아무 말이나 적는 것에 대한 부담감 때문일까. 일기를 적을 때에도 그랬던 것 같다. 누가 일기를 검열하는 것도 아닌데 뭘 적어야 할지 고민하고, 결국 아무것도 못 적게 되는.


 그런데 생각해보니 일기는 누군가 검열을 했었구나. 초등학교 선생님도 그랬었고, 가끔 썼던 교환 일기의 공동 주인도 그랬었고 말이다. 완전한 비밀이라는 게 자의든 타이든 참 어려운 일이구나. 그리고 그 불가능의 이유에는 학습된 것도 있을 수 있겠구나. 그럼에도, 나는 남에게 내 일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이걸 보여줘도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였을까. 이런 생각은 다른 사람들도 한 번쯤 해봤으려나? 그건 잘 모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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