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플랫
우리 가족 중 나를 빼면 모두가 코로나19에 걸려 고생을 했다. 동사무소(요즘은 동사무소라 말하지 않는다지만)에서 코로나19 생활지원금 신청을 하고 카페에 왔다. 앞날을 떠올릴수록 막막한 5월이지만,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해주는 커피 한 잔에 새삼 마음이 놓인다. 우리의 의식이 모든 것에 동시에 집중하지 못하는 형태임에도 감사를 해야겠지.
어제 빌린 이우환 작가와의 대담집 『양의의 예술』을 먼저 보기로 했다. 예전부터 이우환 작가의 팬이었음에도 이 책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아버렸다. 팬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워지는 순간이구만.
예술을 하면서 자의식을 (어느 정도) 내다 버려야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말로 들릴 수도 있겠다. 예술인에게 자의식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던가. 하지만 이우환 작가(차마 이우환이라고 줄여 적질 못하겠다)는 그렇게 해야 함을 작품을 통해 보여주는 것만 같다. 일상과 일상 내 존재에 관심을 가질 것을, 나라는 존재야 물론 특별할 수 있겠지만, 그런 나 역시 세계-내-존재의 구성일 수 있음을. 그의 작품 세계가 그저 멋있을 따름이다.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작업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것도 이우환 작가이긴 하지만.
이우환 작가의 세계를 이야기할 때, 매번 작품의 가격 얘기만 나오는 게 참 속상하더라. 자본주의 사회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그것 고도 그를 설명해줄 말은 너무나 많다. 무슨 성토하는 말 비슷하게 적고 나니 내 처지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전업예술인으로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으려나. 자본주의의 노예답게 밥은 먹고살 만큼 벌고 살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