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미 프로젝트
햇볕이 이글거리는 오후에 투표를 하고, 책을 읽을까 싶어 시내 주변을 돌아다녔다. 너무 뜨거워 돌아다닐 엄두가 나질 않아 가장 가까운 곳으로 들어와 버리고 말았다. 차방책방 옆에 있는 카페라는 것 말고는 나에겐 정말 아무런 정보도 없는 곳.
여전히 따뜻한 커피를 마시곤 한다. 밖에 있을 땐 미치도록 시원한 커피를 마시고 싶지만, 가게 안에 있으면 금방 괜찮아질 것을 알고 있다. 그러한 예상에 맞게, 적절한 실내온도와 체온으로 따뜻한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소소한 것이라도 예측에 성공하면 나름 기분이 좋아진다. 되게 별 것 아니지만 말이다. 오늘 저녁을 굶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그렇게 했을 때 얻게 되는 신체적인 안정과 마음의 평화(?) 같은 것도 느낀다고나 할까. 물론 저녁을 굶는다는 건 정말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이제 조금 더 먼 미래를 예측해볼까. ‘유월이 끝나면 나는 보릿고개가 끝나고 조금은 더 살만해질 것이다.’라고. 이렇게 하니 심리적 부담감이 급격히 올라가는 게 느껴진다. 내가 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일까, 아니면 돈과 관련된 것이기 대문일까. 이걸 적는 나도 잘 모르겠다. 결국 아주 가까운 시간적 거리, 내가 통제하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고 결과도 직관적으로 유추 가능한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다. 가까운 것부터 뭔가를 이뤄냈을 때 얻어지는 자신감 같은 걸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뭐랄까, 소소하게 얻을 수 있는 일상의 즐거움이랄까.
이 글을 적다가 글쓰기 수업 신청일을 놓쳤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뒤늦게 신청해봤으나 이미 늦었다는 사실만 확인하게 된다. 확인사살을 받는 연락은 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