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탕과 능이 백숙 대기 중

친구들아, 고마워

by 미진

"얼시! 유칭! 게으름 피워선 안 돼. 자전! 펑샤! 잘하는구나. 쿠건! 너도 잘한다."


"이 소는 도대체 이름이 몇 개나 됩니까?"


"이 소 이름은 푸구이야. 그거 하나지."


"노인장께서는 방금 이름을 여러 개 부르지 않으셨습니까?"


"소가 자기만 밭을 가는 줄 알까 봐 이름을 여러 개 불러서 속이는 거지...“

- 위화의 <인생>


소는 자신만 일하는 게 아니니 덜 억울하다. 옆 밭의 소도 힘을 내어 일을 하니 나도 힘을 내어 본다. 함께함의 힘이다.


지난여름 지독하게 허리 통증을 앓았다. 화장실 가는 게 무서워 물도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깊은 우울에 빠졌다. 내 마음을 아는지 친구들이 나를 돌보기 시작했다. 가을 내내 나는 친구가 보내준 도가니탕에 밥을 말아먹고 기운을 차렸고, 데리고 나가 사준 능이 삼계탕을 먹고 어설피 걸었다.

필통 속 연필과 지우개는 찰떡콩떡 커플이다. 지우개가 있어 연필은 마음껏 제 것을 표현하고, 연필이 있어 지우개는 하릴없이 뒹굴거리다 냉큼 일어나 제 몫을 한다. 나는 친구들의 챙김으로 고비를 넘겼다. 도가니탕과 능이 백숙은 상시 대기 중이다. 아프기만 해 봐, 당장 대령할 테니.


하지만 아프지 마, 친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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