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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의화수분

365일 럭셔리

by 미진

부지런한 사랑을 다짐할 무렵,


족집게 황 작가님은 내게 소통의 중요성을 말씀하셨다.

웃으면서 지적하셨지만

내게는 화들짝 들켜버린 민낯이었고

엄마 몰래 감추어놓은 성적표였다.

조금 더 마음을 열고 나의 시간과 정성을 나누어야지 다짐한다.


동굴 속에 갇힌 나,

찬란한 봄햇살에도 벚꽃의 향연에도 감흥이 없으니

나는 정녕 사이보그인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기계적으로 작동되는 심장을 지녔다.

이런 무감한 내게 예쁜 이웃 한 분이 질문을 하셨다.


“돌아가신 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는 어떻게 하세요?”

아~ 급소다. 한방에 무너지는 취약한 그것.

엄마다.


잠시 나의 감정을 돌아봐야 했다.


16년이 지났다. 엄마가 돌아가신 지

엄마와 손잡고 다녔던 남대문 도깨비 상가, 동대문 건어물 상가

첫 물이 깨끗하다고 잠자는 언니와 나를 깨워 새벽녘 문 열기를 기다려 들어간 목욕탕

낮잠을 깨우는 막걸리 냄새 강렬한 술빵

기억 속 매 순간은 사무치게 그립다.


그러나


공유된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뒤로하면

그 시간이 갖게 하는 부요함이 있다.

써도 써도 줄어들지 않는 화수분처럼

만기를 앞둔 통장이 몇 개나 있는 것처럼

시어머니가 아들에게만 줄 맛있는 음식을 챙겨 깊숙이 감추셔도

쿡쿡 내 허리춤을 찌르며 그만 먹고 애비 주라고 말씀하셔도

괜찮다.


눈 뜨는 순간부터 잠들 때까지, 아니 꿈속에서도

엄마와 나는 나란히 서있다.

그 공간 사이의 감각이 생생히 촉감으로 느껴진다.

만져진다.

내가 웃으면 웃고, 내가 울면 따라 우는 엄마가 있다.



늦잠을 자면

"가난이 몰려온다고"

더 가지고 싶어 하면

"나눠줘야 복 받는다고"

늦었다고 망설일 때는

"네 나이면 산도 옮기겠다고"

운전을 못해 쩔쩔매면

“그렇게 무섭니? 어찌 그리 겁보냐고”

날 겉절이를 허겁지겁 먹어대면

“그만 먹어라. 속 버린다고” 성화시다.


엄마의 잔소리는 무한 도돌이표다.

매 순간 엄마와 지지고 볶다 보면 그리워할 틈도 없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우리는 우리다.


이게 이웃님의 질문에 대한 나의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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