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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익은 호박 May 05. 2021

기욤 뮈소,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시간 여행자라면

모든 것을 잊고 스토리에 푹 빠지고 싶은 날, 딱 읽기 좋은 책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극적으로 수정되는 운명이 비록 타인의 삶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동요를 일으킨다.             


이 이야기는 '과거로 돌아가 지나간 삶을 바꿀 수 있다면'으로부터 시작한다. 어느 날 주인공, 엘리엇 앞에 60대의 노인이 나타난다. 그 노인은 30년 후의 '나'이다. 폐암에 걸려 죽음을 앞둔 노인 엘리엇은 캄보디아로 의료 봉사를 갔다가 한 아이의 목숨을 구해주고 마을 촌장에게 생명의 알약 10개를 받는다. 


그에게는 30년 전으로 돌아가는 시간 여행이 가능해졌다. 30년간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유일한 소망은 사랑하는 여인 일리나를 만나는 것이다. 그는 30년 전으로 돌아가 일리나를 살려낸다. 하지만 60대 엘리엇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딸 엔지이다. 엔지를 만나려면 일리나와  헤어져야 한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간 엘리엇은  일리나의 목숨을 구하지만 그녀와는 헤어져야 한다. 

인생은 내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내가 과거의 어느 시점을 고친다고 해서 내가 계획한 대로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고쳐진 운명은 고쳐진 대로 또 제멋대로 흘러간다.


역시 예상 밖의 시나리오가 전개된다. 죽음의 순간을 비껴간 일리나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고 만다. 그 후 몇 년이 지나고 엘리엇은 학회에서 만난 여인과의 사이에 엔지라는 딸을 얻게 된다. 


남자에게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알약이 있고 과거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별의 슬픔으로 바다에 빠져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일리나를 60대, 30대 의사 즉 두 명의 엘리엇이 힘든 수술 끝에 살려낸다. 아마도 이 장면이 소설의 클라이맥스가 아닐까 싶다.  


수차례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운명을 수정하고 또 예상 밖으로 흘러가는 운명을 고쳐가는 이들, 작가의 상상력이란 이런 거구나 싶다. 마지막 10번째 알약은 과거에 목숨을 구해주었던 친구를 위한 것이다. 친구는 죽기 전에 꼭 은혜를 갚겠노라고 다짐했었다. 친구의 무덤에서 한없이 울던 친구는 남겨진 마지막 알약을 먹고 30년 전으로 돌아가 친구의 목숨을 구해준다.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스토리의 구성이 신박하다. 


과거의 어느 지점을 내 마음에 맞게 고친다고 해서 그대로 살아지는 건 아니다. 수십 번 고쳐 해피엔딩으로 가는 삶의 여정을 보며 선택과 책임이라는 기본적인 말을 떠올린다. 이렇게 수십 번 땜질할 수도 없는 한 번뿐인 인생이기에 선택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과거의 일부를 수정하고 또 돌아가서 수정하는 인생은 꽤나 피곤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일이 가능하다고 가정한다면  한 번 정도는 과거로 돌아가 선택하지 않은 길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한 번의 돌직구 인생에 아쉬움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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