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본투표 꿀이랬는데... 누구였지...?
새벽 5시 출근, 저녁 8시 30분 퇴근. 새벽 5시까지 출근하려면 3시반에는 일어나 머리 감고 말리고 해야한다. 화장은 생각도 못한다. 화장 대신 마스크를 눌러쓴다. 제때 못 일어날까봐 잠까지 설쳐서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운전도 못하고 차도 없고 대중교통은 끊긴 시간이니 전날 카카오 택시 예약은 필수다. 일반 택시는 없고 기본이 벤티다. 덕분에 큰 차 타봤다...
총 15시간의 근무 릴레이 중 나는 단 한번도 누가 선거에서 승리할 것인지 생각하지 않았다. 너무 지루하고 너무 바쁘고 너무 긴장되고 너무 몽롱해서 결과는 생각할 틈도 없었다. 오직 기억에 남는건 사람들이 남긴 흐릿한 인상과 내가 담당한 투표용지뿐.
개표 사무원 땐 본투표 개꿀이라고 한탄했는데 막상 본투표 사무원을 해보니 이번 개표 개꿀이라고 징징거리게 됐다. 사람은 언제나 갖지 못한걸 부러워하게 되나보다.
내가 있던 투표소 지역 주민들은 찐이었다. 출근, 퇴근, 낮 시간 등 시간대를 막론하고 마르지 않는 샘처럼 사람들이 투표를 하러 왔다. 그야말로 민주주의의 숨겨진 성지였다.
저녁 땐 퇴근하고 기력이 없어서 못올 거라는 예측은 개뿔...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한무더기의 사람들이 스콜처럼 투표소로 쏟아졌고 우리는 더 바빠졌다.
오죽하면 그 지역 주민인 투표 지원해주시는 분이 끝날 무렵에 빨리 정문 막으라고...ㅋㅋㅋㅋ 그분도 지치셨나보다. 그럼에도 종료 2분 전에 도착해 투표하신 분이 있었고, 그분을 마지막으로 우리의 기나긴 근무도 끝이 났다.
뒷정리를 미친듯이 빨리 해치우고 (필요하다면 기표소 탁자도 부러뜨릴 기세였다) 우리는 헤어졌다. 다시 만나진 못하겠지만 하루의 우정이 나름 끈끈했다.
굿바이. 굿나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