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제버거를 자르기 전엔 항상 긴장된다. 최대한 깨끗하게 자르고 싶어서. 나이프를 대고 햄버거를 썰면 잘 튀겨진 치킨의 기름기와 육즙이 흘러나온다. 튀김껍질과 야채, 치킨 조각이 흐트러지고 만다. 빵 따로, 치킨 따로 입속으로 넣게 된다. 그래도 결국은 맛있게 먹는 것으로 끝난다.
한 해를 앞두고도 이런 마음이 든다. 이것저것 하고 싶고, 해야 된다고 다짐도 하고, 처음 며칠은 고기 패티를 다지듯 시간을 꾹꾹 눌러가며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예기치 못한 일들이 생기고 계획도, 마음도 흐트러지고 엉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