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즐거운 사람들도 있겠지만, 겨울에 약해지는 나에겐 연말이 마음 시린 시기이다. 무언가 이룬 것도 없이 한 해가 가버린 것 같은 허무함에 얻어맞는 시기랄까.
그러다 문득 부모님 사진으로 포토북을 만들어드리려다 올 한해 나의 사진들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다. 제법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것들을 했더라. 비록 살이 찐 이후부터 셀카가 없긴 했지만, 그 전의 사진 속 내 표정들은 예쁘게 웃고 있었다. 사진 배경들을 보면 어디서 찍은건지, 내가 뭘 했는지 다 알 수 있었다.
그게 굉장히 뿌듯했다. 올 한해도 잘 보냈다는 그 기분이 자존감을 받쳐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나를 위한 포토북도 하나 주문했다. 1년 동안의 내 사진들과 나에게 중요했던 사진들을 담아서 2024년의 나에게 선물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