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Jun 12. 2018

우울증 환자를 위한 실전 매뉴얼(7)

습관 만들기

(살고 싶다는 기분을 지속적으로 느낀지 3개월 이상 지났을 때)



규칙 1: 살고 싶다는 기분이 들지 않으면,
살고 싶어질  때까지 힘든 일은 아무것도 손대지 않는다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매일 걷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취미생활을 개척하고, 불안을 가라앉히는 나름의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우울증으로 인해 무너진 생활을 재건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아무리 취미생활을 열심히 해서 즐거운 시간을 많이 만들어도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여전히 해야 할 일들을 해낼 수 없는 상태라면 즐거움은 금방 휘발되어 버린다.  재미있고 즐거운 일들을 하는 것과 재미있지 않고 힘들지만 꼭 해야 하는 일상의 일들을 하는 것, 이 두 가지가 함께 갈 때 우울증의 덩어리를 내 삶에서 떼어낼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해야 할 것은 무너진 생활을 재건하는 이 작업은 반드시 살고 싶은 기분이 지속적으로 들었을 때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걷기, 취미생활,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등의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힘을 기르는게 우선이다.  아무도 오랜 기간의 수술과 항암치료로 온 몸이 만신창이게 되어있는 사람에게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라고 훈련을 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우울증의 경우 정신이 만신창이가 되어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다보니 우울증 환자 본인 혹은 주위 사람들은 우울증 환자에게 철인 3종 경기에 해당하는 일들을 바로 시키려고 든다.  우울증 환자에게 '배가 덜 고파서 그런다', '정신이 너무 약한게 문제다', '의지력이 부족하다'와 같은 말들을 하면서 마치 우울증 환자가 정신만 차리면 모든 일들을 제대로 해낼 수 있다는 것처럼 생각하고 요구한다.  


  이건 우울증 환자 본인도 다르지 않다.  자기 자신이 의지력이 부족하다거나 너무 나약하다고 생각하고 자기를 다그쳐서 빨리 어떤 성과를 내려고 한다.  스스로 우울증이라 예전처럼 공부하거나 일을 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조차도 조금이라도 회복된 것 같으면 자신을 몰아부쳐서 다른 사람들을 따라잡고 그동안 낭비한 시간과 기회를 '만회'하려고 애쓴다.  남들과 비슷한 혹은 남들보다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이런저런 외국어 학원에 등록하고, 공무원 시험 인강을 결제하고 책을 잔뜩 사들이고 하루 10시간 공부 계획을 짠다.


  하지만 그런 노력은 어떤 성과도 낼 수 없다는 것을 장담한다.  뿐만 아니라 그런 노력은 다시 우울증으로 빠져들기 위한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우울증에 다시 걸리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장 내일부터 하루 10시간씩 공부계획을 세워놓으면 된다.  우울증에 한번도 걸리지 않았던 정신상태의 사람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을 우울증을 앓고 있는 혹은 우울증에서 막 회복된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리는 만무하고, 결국 계획대로 지키지 못해서, 원하던 성과를 내지 못해서 좌절감과 죄책감을 느끼고, 다시 깊은 우울증으로 걸어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일단은 살고 싶은 기분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단계에 이르렀을 때 어렵고 힘든 일을 시작하는게 좋다.  주기적으로 하는 취미생활도 하나 이상 있어야 하고, 매일 걷고 밖에 나가 사람들을 만나는게 많이 힘들지는 않아야 하고, 우울증이 심하게 찾아오는 때에도 최근에 즐거웠던 경험, 재미있었던 경험을 떠올리며 마음 편하게 웃고 스스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런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단계가 아니라면 당장 뭘 하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 단계에 이를 때까지 열심히 걷고 놀고 즐겨야 한다.  당신이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죽는다면, 시험에 합격하거나 원하는 직장에 취직하거나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죽으면 인생 자체가 없어지는데 그 안의 하잘것없는 직업이나 명예따위가 뭐가 중요하겠는가.  어차피 우울증에서 회복되지 않는 이상 그런 일은 아무리 원하고 몸부림쳐도 이룰 수도 없다.  노력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을수록 우울증에서 회복되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지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라고 생각되는 시험, 취업 등의 문제는 그냥 내가 불치의 병에 걸려서 평생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아예 희망의 끈을 놓는 것이 낫다.  (죽으려고 하면 살고, 살려고 하면 죽는다는 말이 우울증에서만큼 와닿는 경우가 없는 것 같다.)  이 기간 동안 나 자신에게 요구할 목표는 단 한가지뿐이다.  인생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이 즐거움을 계속 느끼기 위해 살고 싶어할 것.  이걸 달성했다면 당신은 목표를 100% 완수한 것이다.



규칙 2: 모든 것은 1에서부터 시작한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든지 3개월이 지났다면, 이제는 몸과 마음의 힘이 어느정도는 길러진 것이다.  당신이 그동안 쌓아둔 삶에 대한 즐거움, 재미는 힘든 일을 참고 해낼 수 있는 능력을 뒷받침해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동안 살기 위해 버렸던 어렵고 힘든 일들을 다시 꺼낼 때가 되었다.  즐거움만 계속 추구하는 생활은 어느 한도 이상을 넘으면 오히려 자신을 갉아먹고 다시 우울증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이 단계에서는 힘들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조금씩 시작하는게 필요하다.


  단, 내가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력이 100이라고 생각한다면 당장 100을 하는게 아니라, 1정도의 일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100, 200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단계에서 당신은 아직 다른 정상적인 사람들과 비슷한 정도의, 혹은 과거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던 때의 당신이 했던 정도의 일을 감당할 능력은 없는 상태이다.  당신은 아직 사지에 힘이 없는 환자와 같다.  지금 당신의 상태는, 힘들지만 해야 하는 일들을 아주 조금씩 매일 반복해서 할 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더 많이 할 수 있어도 일부러라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 단계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당신의 의욕과 할 수 있다는 확신과 욕심이다.


  일단 과제를 정한다.  이 단계에서는 그동안 우울증으로 많은 능력과 기능을 상실한 뇌를 다시 재건하고 우울증때문에 팽개쳐두었던 본업으로 조금씩 돌아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준비하던 시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시험 준비를 해도 좋고, 특별히 해야 할 일이 없는 경우라면 기분전환으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해보거나 외국어를 공부하거나 책을 읽는 것을 시작해도 좋다.  나의 뇌의 기능을 활용하고 자극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좋다.  당신은 이제 이 과제를 매일 수행하는 당신의 습관으로 만들 것이다.


  과제를 설정했다면 이제 과제 수행방식도 정해야 한다.  여기에서 모든 것은 1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규칙을 생각해야 한다.  시험을 준비한다면 첫날에는 1문제를 푼다.  공부시간을 1분으로 정해도 좋다.  영어 단어를 외우겠다면 딱 1단어만 외운다.  책을 읽는다면 딱 1줄만 읽는다.  그 이상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그것만 달성했다면 오늘의 할 일은 다 끝냈다고 생각하고 즐겁게 취미생활을 하러 가거나 쉬거나 원하는 방식으로 놀면 된다.


  아니, 나는 더 할 수 있는데요?  너무 쉽고 너무 시시해요.  내가 이 정도 일밖에 못한다고 무시하는 건가요?  이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뭘 이루겠어요?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되는데, 이거 하나만 하면 어떻게 해요?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습관을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힘들고 정신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하루 딱 한번 50개의 단어를 외우는 건 어렵지 않지만, 매일 한 단어씩 50일간 반복해서 외우는 건 굉장히 어렵다.  우리가 우울증에 걸리지 않았을 때도 이런 습관을 만드는 건 정말 힘든 일이었다.  의심스럽다면 치약 짜는 습관부터 한번 바꿔보기를 권한다.  치약을 끝에서부터 짜던 사람이면 중간부터 짜는 방식으로 바꿔보고, 중간부터 짜던 사람이라면 끝에서부터 짜는 방식으로 한번 바꿔보자.  단언컨대 이런 아주 사소해보이는 것도 습관을 새로 만들려면 정말 힘들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를 닦을 때 세게 닦는 습관이 있는데 잇몸 건강을 생각해서 그러면 안 된다고 생각한지가 벌써 몇년 되었는데도 아직도 그 습관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했다.  


  그래서 맨 처음에는 1부터 시작하고 대신 그걸 계속 반복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는게 현명하다.  어느정도 습관이 만들어지면 원하는대로 양을 늘릴 수 있으니 '성과'는 나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는다.   


  1에서부터 시작할 과제를 정한 후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첫째, 현재 1씩 매일 반복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다고 느껴지거나 더 늘리기 힘든 성질의 과제라면 매일 1씩 반복하는 것을 선택한다.  둘째, 1이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1에서 계속 늘려나갈 수 있는 성질의 과제라면 매일 조금씩 늘려나간다.


  예를들어, 하루에 1분 공부하는 과제의 경우, 공부 시간은 늘려나갈 수 있는 성질의 과제이다.  그러니 늘려나갈 수 있는 힘이 있다면 매일 전날 공부시간 + 3분 정도로 정해서 천천히 늘려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첫날에는 1분 공부하는게 목표라면, 둘째날은 1분 + 3분 해서 4분 공부하는게 목표, 셋째날은 4분 +3분 해서 7분 공부하는게 목표인 식으로 늘려나가는 것이다.  


  아니면 매일 단어 1개씩 암기하다가 1달이 지난 후에 2개씩으로 늘리고, 그 다음 달에 3개씩으로 늘리는 방식도 괜찮다.  어떤 식이든 내가 지금 할 수 있다고 느끼는게 100이라면 1 정도의 힘을 쏟아서 할 수 있는 아주 쉬운 계획을 세우면 된다.  



규칙 3: 맨 처음에 한 것부터 매일,
3개월간 복습한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복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날 한 것을 3달째 될때까지 매일 복습해야 한다.  그래서 영어 단어를 매일 1개씩 외우기로 정했다면, 첫날 외울 영어 단어는 첫날 목표치 1개뿐이지만, 둘째날 외울 영어 단어는 첫째날 외운 단어 1개 + 둘째날 목표치 1개를 합해서 2개가 된다.  셋째날 외울 영어 단어는 첫째날, 둘째날 외운 단어 2개 + 셋째날 목표치 1개를 합해서 3개가 된다.  이런 식으로 복습하면서 반복하다보면 단어 1개도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공부 시간을 분단위로 정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첫째날 1분 공부하고 둘째날 4분 공부하기로 했다면, 둘째날 목표치인 4분 안에는 첫째날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는 시간 + 둘째날 새로 공부하는 시간이 모두 들어가야 한다.  전날 공부량이 많아서 그날 목표한 시간동안 전날 공부량만 복습하게 된다면, 새로운 것을 나가지 않아도 좋다.  무조건 첫째날부터 공부한 것을 훑으면서 시작해야 한다.  3달 동안은 맨 처음에 공부한 내용부터 계속 반복하며 시작한다.  3달이 지났다면 맨 첫날 것부터 하나씩 떨어내면서 나아가면 된다.  대신 주말을 이용해서 그동안 떨어버린 옛날 것들도 한번 훑어보면 도움이 된다.


  이렇게 반복하는 이유는 기억력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그냥 그날그날 새로운 것을 공부하고 전에 한 것을 복습하지 않으면 그건 단기기억으로 남을 뿐 장기기억의 영역으로 들어가지를 못하게 된다.  벼락치기로 잠깐 공부한 것이 몇 주일만 지나면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그런데 우울증 환자의 경우 기억력이 많이 감퇴한다.  그때문에 공부나 일에서 필요한 것들을 제대로 기억하기 힘들어서 어려움을 겪고, 그 결과 우울감과 자신이 무능하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기억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는데, 이때 좋은 것이 반복을 통해 장기기억을 만들어나가는 작업이다.           


  첫째날 공부한 단어부터 한달간 공부한 단어를 매일 복습한다면 하루에 30개를 복습해야 되는데 그러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지 않을까요?  이런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매일 반복할수록 반복하는데 드는 시간이 줄어든다.  한달째 되는 날에는 그동안 했던 30개 단어를 복습하는데 3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규칙 4: 실수를 실패로 만들지 마라 



  습관을 만들다보면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지키기 힘든 날이 반드시 온다.  나는 처음에 1분, 그 다음에는 매일 7분씩 늘려가면서 공부시간을 체크하는 방식으로 공부했는데 그것도 처음에는 쉬웠지만 2주가 지나자 차츰 버거워졌다.  그러다가 심하게 감기에 걸려서 아예 공부를 할 수 없는 날이 며칠 이어졌다.  예전같으면 그대로 공부를 아예 놓아버리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실수를 실패로 만들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몸이 아파서 쉴 때는 아무 죄책감 없이, 편안하게 쉬었다.  그리고 원래는 2시간 이상까지 목표치가 늘어났었는데,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는 30분에서부터 다시 시작했다.  다시 시작한 첫날에는 30분을 목표로 하고, 그 다음날에는 거기에 7분을 더해서 계속 이어나갔다.  그렇게 하니 습관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다.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이걸 가장 많이 체험하게 되는데, 식이조절을 하겠다고 해서 저녁을 걸렀는데 너무 배가 고파서 오뎅 하나를 먹기로 했다.  오뎅 하나에서 그치는 사람은 100에 5명도 안 될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오뎅 하나를 먹어서 오늘 다이어트는 어차피 망가졌으니 이왕 먹는김에 떡볶이도 먹고 순대도 먹고 치킨도 실컷 먹은 다음 내일부터 다시 하자고 생각한다.  이건 실수가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오뎅 하나에서 그쳤다면 다이어트는 여전히 성공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상하게도 굶기로 했는데 오뎅 하나를 먹었으면 그날의 다이어트는 완전히 망가졌고 실패했다는 식으로 생각해서 한순간에 자제력을 풀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다음날 그 사람은 어제 오뎅, 떡볶이, 순대, 치킨을 다 먹었기 때문에 다이어트가 다 실패했다고 괴로워하며 다시 폭식을 한다.  마찬가지로 이것도 실수가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이다.  하루 과식했다고 해도 다음날 다시 고삐를 잡고 다이어트를 이어간다면 살은 빠지게 되어있다.  그런데 하루를 망쳤다고 모든 것을 스스로 망쳐버리게 된 것이다.


  습관을 만드는 중에도 며칠 쉬게 되는 날이 올 수 있다.  그럴 때 며칠 쉬는 데서 그치고 다시 돌아와야지, '나는 역시 의지력이 약해', '그렇게 굳게 결심하고 시작했는데 그깟 영어단어 1개를 못 외우다니', '하루가 망가졌으니 다 실패한거야' 이런 생각을 하면서 아예 습관을 놓아버리게 되면, 당신은 실수를 실패로 만든 것이다.  언제든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와라.  원래 하던 양보다 훨씬 적은 목표치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된다.  어차피 인생은 길고, 그 인생 내내 이 습관을 가지고 살아갈텐데 좀더 빨리 가고 늦게 가고가 무슨 상관이 있겠냐는 생각을 하면서 여유를 가지는게 좋다.      


  

규칙 5: 지금 집중하고 있는 습관 외에
다른 모든 것들은 자유롭게 허용한다

        

 

(현재 집중하고 있는 하나의 풍선만 잡고 나머지는 놓아주기)


    습관을 만든다는 건 굉장히 정신적인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습관 자체를 지키는 것도 어려운데 다른 것까지 억제하면 사람이 너무 힘들어서 습관을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생성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영어 단어를 외우는 습관을 만든다고 치자.  그런데 나는 동시에 살도 좀 빼야할 것 같은 상황에 있다.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과감하게 먹어야 한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습관을 만들 때는 다이어트를 포기해야 한다.  잘 하고 있는 걸 일부러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먹고 싶은 충동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다이어트를 포기하고 원하는대로 먹는게 낫다.  다이어트는 지금 하고 있는 영어 단어 암기 습관이 어느정도 완성된 다음에 다이어트 습관을 새로운 목표로 정해서 그때 집중해서 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게임이 하고 싶으면 하고 하루종일 자고 싶으면 자는게 낫다.  대신 습관을 만드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습관에만 에너지를 쏟자.


  

규칙 6: 습관은 한달에 하나씩만 만든다

  

     

  처음에 목표한 습관이 잘 되어가고 있으면 슬슬 욕심이 나서 습관을 늘리고 싶어지게 된다.  예를 들어 영어단어를 하나씩 외우는게 잘 되어가니 영문법도 한 페이지씩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어지는 등으로.  하지만 습관은 한달에 하나씩만 만들기로 하자.  습관은 한번에 하나씩만 집중하는게 좋기 때문이다.  한달 정도 지나면 그 과제는 습관의 영역으로 서서히 들어가게 된다.  그럴 때는 두번째 습관을 시작해도 좋다.  매달 습관 하나씩만 시작한다고 해도 일 년이면 12개의 습관이 생길 수 있는건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이 방식으로 저는 현재 몇 종류의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매일 걷는 습관, 주 3회 이상 취미생활을 하는 습관 같은 것은 처음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 재미있는 것을 찾아다니는 단계에서 생긴 습관이고, 본격적으로 습관이라고 과제를 정해서 만들기 시작한 건 세 가지가 있어요.  매일 몇 분 이상 시험 공부하기(우울증이 심했을 때는 싫어했던 시험이지만 지금은 넘어진 데서 다시 일어나보자 하는 마음으로 힘들지만 공부를 시작했어요.  저한테는 이걸 다시 할 수 있다면 우울증이 다 나은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가장 힘든 과제네요.  대신 올해 시험은 포기하고 내년 시험을 미리 준비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올해 시험에 합격하겠다고 생각하면 당장 하루에 7분씩 늘려가는 식으로 공부하기에는 조급해지고 마음이 힘드니까요.), 매일 외국어 회화 하나씩 외우기, 매일 밤에 야식 먹지 않기.  이 세 가지가 제가 이 글에서 말한대로 만들고 실천하고 있는 습관들입니다.  


  습관이 3가지니까 제가 습관을 만들기 시작한지 3달째 되었다는 이야기겠죠?  처음부터 아주아주 쉬운 데서부터 시작해서 쉬울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외로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고, 전에 했던 것을 복습하는게 힘들었어요.  '8분 공부하는걸 누가 못해?'  싶었는데 8분도 힘들었습니다.  그 다음날 15분 공부하는 건 더 힘들었고요.  외국어 공부도 전날, 전전날 것을 복습하는게 정말 힘들었어요.  저도 보통의 우울증 환자들처럼 제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있었나봐요.  그래서 초등학생도 하겠다 싶을 정도로, 약간 창피하다 싶을 정도로 쉬운 것부터 시작해나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습관을 이렇게 만들다보니 성취감이 굉장히 높아지는 걸 느껴요.  비록 남들이 오래 전에 탈출한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나아가고 있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뿌듯하고 기쁘네요.  매일 먹던 야식을 안 먹는 것 자체가 무슨 대단한 시험에 합격한 것마냥 얼마나 뿌듯한지.ㅎㅎ  우울증 기간동안 가장 힘들었던 건 현재 멈춰있고 어디로도 가고 있지 못하다는 거였거든요.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가다보면 어느샌가 저의 능력을 회복하고 그 능력을 활용해서 인생을 더 즐겁게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울증때문에 많이 무너지고 힘든 분들도 한번 도전해보실만 할 것 같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여행치료: 남산 한옥마을(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