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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Apr 03. 2020

정부 공인 상위 30%라 행복하다

우리집 부자였네...

https://news.v.daum.net/v/20200403113624145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이 발표되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가구들을 지원하고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소득 하위 70%에게 지원금이 지급된다고 한다.


 문제는 기준이 원래도 문제가 많았던 건강보험료 납부액이라는 것이다. 순수 소득으로 책정되는 직장가입자의 건보료에 비해 지역가입자의 경우 재산이 중심이 된다.


 우리집을 예로 들면 3인 가구에 총 월소득 200만원 정도, 30년된 낡은 빌라 소유, 자동차 없음, 저축 거의 없음, 학자금 대출만해도 빚이 3000만원 정도 있는 상황인데 건보료는 매달 24만원 넘게 나온다. 이번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우리집은 상위 30%에 속한다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는 소득을 숨길 수 있으니 재산을 기준으로 하는게 맞다고 하지만 그것도 사람마다 상황이 다 다르다. 억대 매출을 올리면서 현금장사로 소득을 숨기는 사람들이 더 많을까 아니면 아예 숨길만한 매출도 안 나오는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더 많을까.


 더군다나 우리집은 소득이 아주 투명한 자영업자인 케이스다. 물건을 해외에 수출하는데 이때 통관을 거치기 때문에 모든 매출이 유리알처럼 깨끗하게 기록에 남는다. 외국 회사들에게 물품대금을 편지봉투에 담아 국제우편으로 몰래 보내달라고 하는 방법이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거기에 더해 터무니없이 오른 집값덕에 우리 집같은 낡고 허름한 빌라도 고평가되고 있으니 작은 아파트라도 가진 지역가입자들의 짐은 더 무거울 것이다. 솔직히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기준에 따를 때 서울에 내집마련을 한 지역가입자가 얼마나 포함될지 의문이 든다.


 지역가입자에 대한 건강보험료의 부과기준이 너무 획일적이고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큰 불만은 없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가 워낙 훌륭하니까. 매달 20~30만원으로 이 정도 의료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소득에 비해 조금 더 낸다고 해도 건강보험을 통해 다른 어려운 사람들도 혜택을 누리게 되니까 기부하는셈 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긴급재난지원금은 좀 아닌 것 같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거의 모든 국민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많든 적든 지원이 필요하다. 긴급재난지원금이 지급된다는 소식에 희망을 갖고 기다렸던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런데 돌아온건 기존의 불공평한 기준에 따른 불공평한 지급이었다. 그동안 소득에 비해 무거운 짐을 져온 지역가입자들에게는 이중의 고통이다.


 물론 정부는 최근 소득이 급감했다면 그것을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재산 중심으로 산정되는 현행 지역가입자의 건강보험료가 몇달간의 소득 감소로 얼마나 내려갈지는 의문이다. 차라리 살던 집을 처분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런 기획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건 지역가입자는 아닐 것이다. 아무튼 이번에 정부 덕분에 우리집이 우리나라 소득 상위 30%인 것을 확인받게 되어 정말 기쁘고 자랑스럽다. 월 200 벌고 빌라에 사는 우리가 소득 상위 30%라 하니 우리나라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 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되면 자원봉사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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