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경력단절을 피하는 방법

은둔형 외톨이지만 활동가랍니다

by 오렌지나무

우울증 중에, 그리고 나은 다음에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경력단절을 해명하는 일이었다.


우울증 중에는 대부분 시험을 준비하고 있기 했지만, 간혹 인턴을 지원하거나 할 때도 있었다. 그러면 꼭 경력단절에 대해 설명을 해야했다. 고등학교 자퇴 후 대학교에 오기 전까지 7년의 시간이 비는데 그때 뭘 했는지.


우울증에서 벗어난 후 직장에 취직할 때는 최종학력 이후의 경력단절 기간을 물어보았다. 대학원에서 휴복학을 반복하면서 다녔지만 어쨌든 대학원이라 그런지 휴학기간에 관해서는 묻지 않는데, 졸업 이후에는 몇년간 뭘 했는지 설명해야했다. 거기도 한 5년쯤 된다. (인생 전체에서 공식적으로 12년의 경력단절...)


아마 우울증으로 휴학, 복학을 반복하거나 퇴사를 해버린 후 기간이 길어진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순간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경력단절 기간이 5년을 훌쩍 넘어버리는 사람들도 은근히 있을 것 같다.


가장 솔직한 답변은 "시험 준비를 하면서 우울증으로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했습니다!"겠지만 그렇게 이야기할 수는 없다. 내 첫 직장 면접에서는 그렇게 솔직하게 이야기를 했다. 정말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애도 없는 내가 5년쯤 되는 무업기간을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는 거기에 덧붙여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그 시기에 의료사협에서 주민건강리더로 활동했고, 마을 공동체 안에서 우울증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고. 마을 공동체의 중요성을 그때 느껴서 지금까지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첫 직장은 경력직만 뽑는 곳이었다. 마을에서의 1년 경력이 필요했는데, 의료사협에서의 활동가 경력도 포함이 되어서 합격할 수 있었다. 내가 5년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취직 자체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의료사협에서 한 일이 많지는 않았다. 조합원으로 이름을 걸어놓고 의료사협에서 하는 행사나 프로그램이 있을 때마다 나가서 돕고 정기적으로 모임에 나가는 정도였다. 그래도 마을에서는 활동가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우울증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간헐적인 외출 정도만 가능하다면 이런 활동들이라도 조금씩 해두는게 나중을 생각할 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특별히 어려운 것들도 아니다. 한달에 한번 정도만 투자해도 가능한 것들이 많다.


시민사회 활동, 마을공동체 활동 범주에서 아무데나 이름을 걸어놓고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해도 많고,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곳들도 많다. 그런데서 조합원이 되거나 소액 후원회원이 되어서 뉴스레터도 받고 단체의 모임에도 가끔 나가고 단체에서 하는 프로그램에 참여도 하고... 그런 이야기를 자기소개서나 면접에서 활동가 경력으로 소개할 수 있다.


기후위기 활동도 있고 봉사활동도 좋고 심지어 동네 독서동아리도 좋다. 웬만한 도서관에 가면 거기에 등록된 독서 동아리들을 알 수 있고 가입도 할 수 있다. 평생학습관이 있는 곳에는 평생학습동아리도 있어서 취미생활도 함께할 수 있다. 그런데서 느슨하게 활동하면서 정보도 얻고 교류도 하면 우울증에도 도움이 많이 된다.


요즘엔 무업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다닐 수 있는 '니트컴퍼니'도 있고, 은둔형 외톨이들을 위한 플랫폼인 '두더지 땅굴'도 있다. 'GL 학교밖 청소년 연구소'에서도 온라인으로 은둔형 외톨이 및 멘토 양성 프로그램들을 한다. 그런 플랫폼들을 활용해서 자신의 활동영역을 만들어나갈수도 있다.


보통은 이런 마을 공동체/시민사회 활동에 관해서는 활동증명서가 없는게 기본이기 때문에 특별히 요구하지는 않는다. 대신 어떤 일을 했는지는 꽤 구체적으로 물어본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의 포장을 통해서 예쁜 스토리를 하나 만들어두긴 해야한다.


나중에 경력단절을 설명하고 자기소개서에 한줄이라도 쓰려면, 그리고 나만의 우울인생 스토리를 만들려면 뭔가 키워드가 필요하다. 소설책 한줄한줄을 다 경험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키워드만 만들면, 나머지는 창조할 수 있으니까.


특히 마을이나 시민사회에서의 활동을 추천하는 이유는 그게 우울증에 대한 심사자들의 걱정을 덜어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보통 은둔형 외톨이나 우울증으로 경력이 단절되었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드는 우려가 조직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업무능력도 그렇지만, 일단 사람들과 어울려 일하고 생활하는게 가능한지가 가장 큰 의문 아닐까 싶다. 지금은 우울증이 괜찮아졌는지, 정상적인 회사생활이 가능한지도 궁금할 것이다.


그럴 때 마을이나 시민사회에서의 공동체 활동 경험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 은둔형 외톨이였지만 마을 공동체에서 활동을 했고 잘 적응했다는 점(조직생활 가능), 뭔가 뜻을 가지고 공익활동가로 인생의 어느 시기를 보냈다는 점(봉사활동, 희생정신), 공동체 안에서 우울증을 치유하고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강한 사람이라는 점(자소서에 잘 나오는 역경 극복) 등이 어필이 된다.


물론 우울증 경력이 아예 없고 쓸게 많으면 좋겠지만 경력단절이 너무 길어서 도저히 해명이 안 될 때에는 이런 방향으로 자소서를 써보는 것도 좋다. 나도 달리 방법이 없어서 이렇게 했고 취직에 성공했다.

나는 은둔형 외톨이, 사회적 고립 청년들, 우울증으로 오랜 경력단절이 있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에게도 제안하고 싶다. 은둔형 외톨이들을 사회로 복귀할 수 있게 도와주려면 가장 먼저 지원해줘야할 것이 '활동경력'을 만들어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이름을 걸어놓고 한달에 한번 모임을 하고, 뭔가 집이나 집 근처에서 간단하게 할 수 있는 미션을 주고, 나중에는 천천히 활동의 범위를 늘려서 행사에도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 대해 활동증명서를 발급해주면 좋겠다.


예를 들면 '기후위기 활동'을 주제로 해서 매달 우리집 일주일 쓰레기 사진찍기, 분리수거 등 미션을 주고, 조금 나아가면 집 근처에서 쓰레기 주워오기(줍깅) 미션을 주고... 나중에는 기후위기 공부 모임도 하고 피켓 들고 행사도 하고... 그러다가 취직할 때쯤 되면 기후위기 활동가 경력증명서를 만들어주면 된다. 이건 큰 돈이 드는 일도 아니면서 많은 고립 청년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다.


주민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 안에서의 단체들, 시민단체들에서도 이런 시스템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은둔형 외톨이들에게, 그들에게 가능한 형태의 봉사활동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면 활동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후원회원도 늘어나지 않을까? 서로 윈윈이 될 수 있는 방법같다.



**도움이 될 만한 링크


서울시 공익활동 지원센터: 서울시공익활동지원센터:공익활동 지원을 위한 연결과 협력의 플랫폼 (snpo.kr)

니트 컴퍼니: 닛커넥트 (neetconnect.kr)

두더지 땅굴: 두더지땅굴 (dudug.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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