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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May 06. 2023

심리상담을 받게 된 계기

2022년 겨울

막막한 하늘

작년 12월에 심리상담을 받았다.


마음이 춥고 힘들 때였다. 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었고 몇개월씩 지속되었다. 밤에 잠을 못자는 날이 많아졌다. (심지어 우울증이 심할 때도 잠은 잘 잤는데...) '상처 받지 않는 영혼'이라는 책도 사서 보고 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도 참 많이 했는데도 답이 없었다.


하지만 집에서는 괜찮다고, 우리 직장 좋다고, 다들 잘해준다고 말해야만 했다. 아빠가 한창 그 직장을 못마땅해할 때였고, 내가 겪는 문제를 말하면 아빠가 나를 비난할 것 같았다. 그러게 왜 시험에서 떨어져서 그런 인간이랑 런 일을 하고 있냐고. 니 잘못이라고. 당장 때려치우라고.


하지만 나는 직장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그 직장은 내 자존심이었다. 나에게 보람 있는 할 일, 소속, 사람들을 제공해주고 내 자존감을 유지해주는 월급을 주는 곳이었다. 그 사람 하나 때문에 나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때 내 안에는 내가 이 세상에서 먹고 살 방법은 이 직장밖에 없다는 마음(누가 무경력 30대 여자를 취직시켜줄까...), 그래도 공익적인 거라도 해야 덜 창피하고 떳떳할 것 같다는 마음, 그리고 진짜 이 일이 좋고 보람있다는 마음같은 것들이 한데 뒤섞여 있었다.


내가 당하는 입장이었는데도 어느샌가 나는 내 탓을 하고 있었다. 이래서 전문직이 좋다는 거구나, 내가 전문직이 못돼서 이런 일을 당하고 있는 거구나... 하고. 스스로가 한없이 초라하고 갈 길이 안보였다.


그런데 그 경험은 나에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주었다. 직장에서의 문제와 별개로 나는 아직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중요한 시험에서 실패했다는 상처가 아직도 크게 벌어진채로 선혈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다 괜찮다고 믿었던건 그 상처를 외면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그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우울증이라는 감옥에서 갓 출소한 나는 그 상처를 다룰 힘이 없었다. 그래서 일단 덮어놓고 재밌게, 열심히 살았다. 그동안 상처는 계속 피를 흘리고 있었고 힘든 일이 생길 때마다 표면으로 드러났다.


그걸 그때 발견했다. 내가 갑질하는 사람을 미워하는게 아니라 시험에서 실패해서 그런 정도의 사람과 일할 수밖에 없는 나를 탓하기 시작했을 때, 내 마음속의 아주 깊은 상처가 보였다.


우울증 이후에 내가 마지막으로 도전해야할 관문이었다. 내가 이 상처를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지. 언제까지 덮어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게 언젠가는 다시 우울증으로 자라날 테니까. 그렇다고 열어서 마주하자니 너무 아팠다.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마침 생명의 전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청년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받을 기회(8회기)와 원데이 클래스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있었다. 지원했고 면담을 거쳐 선정되었다. 그렇게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심리상담 이야기는 다음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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