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May 08. 2023

집중력 없으면 꼭 ADHD 검사

마법의 약

마법의 약

공부, 일 등 뭔가를 해야하는데 몇주째 집중이 전혀 안되고 핸드폰만 보게 된다면 병원(정신과)에 가서 ADHD검사를 꼭 받아보길 권한다. (ADHD들은 중독과 친하다고 한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원인에는 ADHD 외에도 우울, 불안이 있다. 원래 ADHD가 없는 사람도 우울 또는 불안이 있으면 집중력이 낮아진다. 그래서 병원에 가면 우울증까지 같이 검사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으로 방문하기엔 정신과의 문턱이 너무 높다면, ADHD로 한번 방문해보자. 굳이 장황하게 인생 이야기까지 안해도 된다. "몇주째 집중이 안됩니다."라고 한 마디만 하면 검사를 해준다.


나는 종이(요새는 태블릿에 화면 띄워서), 컴퓨터로 하는 검사였고, 우울, 불안, ADHD 3종 검사를 받았다. 그때 우울은 낮고, 불안은 어느정도 높고, ADHD는 심각한 수준으로 나왔다. 그래서 바로 약을 처방받았다.


병원비는 검사비, 약값 다 해서 10만원 이내였던 걸로 기억한다.


보통 ADHD는 우울증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어릴 때도 좀 산만하고 물건 잘 잃어버리고 공부에 집중이 안되고 그랬던 경험이 있다면 ADHD일 확률이 높다.


나는 우울증이 꽤 나아진 상태에서 갔기 때문에 심한 우울증 상태에서 ADHD약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울증이 좀 괜찮은 상태에서의 ADHD약의 효과는 마법같다.


음... 그렇지만 ADHD약은 내가 죽도록 싫어하는 과목의 공부를 할 수 있게 도와주진 않는다. 그 점에선 한계(?)가 있다. 사람의 마음은 어쩔 수 없으니까. 다만 책상에 앉아서 핸드폰 볼 생각을 잊어버리고 지금 하고있는 일, 공부에만 몰두하게 해줄수는 있다.


내가 요즘 거의 매일 글을 쓸 수 있는 것도 약의 영향이 크다. ADHD약이 글을 쓸 수 있게 집중을 시켜주고, 불안장애 약이 사람들이 이 글을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불안감을 가라앉혀준다. 그러면 글이 써진다...


약 덕분에 일도 꽤 집중해서 하는 편이다. 출퇴근길에 공부도 할 수 있다.


나는 약효가 오래가지 않는 편이라고 해서 아침에 높은 용량으로 한알, 점심 후에 낮은 용량으로 한알, 이렇게 처방받았다. 점심 후에 약을 먹으면 오전과 비슷하게 쌩쌩하게 일할 수 있다. 저녁 때는 따로 약이 있어서 잠을 자는데는 큰 지장은 없다.


불안+ADHD약을 같이 먹으니까 예전에 ADHD약만 먹었을 때보다 효과가 좋은 것 같다. 아무래도 불안이 가져오는 집중력 저하도 해결되는 듯하다.


식욕이 별로 없다는 것(나에게는 장점) 외에 딱히 부작용은 없다. 좀 침착해져서 술자리에서 텐션을 못 따라가거나 드립을 못 칠 수는 있다. 그 외에 신체적이나 정신적인 다른 부작용은 아직까지 없었다.


(참, 부작용이  있긴 하다. 생산성이 높아지다보니 스스로를 막 굴려서 일을 많이 하게 되고 건강이 상할 수 있다...)


약을 꼭 먹어야 하는건 아니다. 나도 2021~2022년에는 약을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공부를 안해도 됐고, 일 자체가 복잡하거나 많지 않아서 느슨하게 살아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낮은 집중력과 강박증의 결합으로... 큰 실수 없이 일을 처리하면서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직을 하면서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오고, 대학원 진학도 생각하게 되면서 좀더 높은 집중력이 필요해졌다. 그래서 다시 약을 먹게 됐다.


이건 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같다. 천천히, 느긋하게 해도 된다면 약을 안먹어도 다. 일이 좀 많고 복잡해서 따라가기 힘들다면 먹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괜히 못 해내서 좌절하고 집중력 더 떨어지고 우울증이 오기 전에 약의 도움을 받는 편이 훨씬 낫다.


나는 우울, 무기력 중에서도 특히 집중력 만큼은 따로 떼어놓고 봤으면 좋겠다. 만일 진짜 ADHD라서 집중력이 낮은 거라면, 마법의 약이 분명히 있다. 약을 먹으면 되는걸 굳이 어렵게 의지력 같은걸로 어떻게 해보려고 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리고 집중력이 잡히면 반대로 우울증도 조금씩 나아질수도 있다. 매일 집중력을 갖고 뭔가를 조금씩 하다보면 성취하는게 생기고, 그러다보면 자존감이 자라기 시작할 수 있으니까.


ADHD약은 진짜 추천한다.

내 인생에서 잘한 일 중 하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방법'의 위험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