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 심리지원센터에서의 상담 마지막 날은 뜻깊은 날이었다. 기나긴 상담이 끝났고, 나는 면접에 합격해서 직장에 관한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한 상태였다. 여러모로 홀가분했다.
상담사 선생님은 이제 혼자 헤쳐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상담에서 자신이 했던 역할을 이제 내가 나에게 해줘야 한다고. 갑자기 두려워졌다.
선생님은 나에게 연습을 해보자고 했다.
"자, 오렌지나무님에 대해 최후변론할 기회를 드릴게요. 마지막으로 자신을 변호해보세요."
스스로 죽으려 했던 내가 살아남은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때 어쩔 수 없었어.
나는 어렸고 어떻게 해볼 힘이 없었어.
내 잘못이 아니야.
그래도 난 최선을 다했고 그래서 죽지않았고 정말 용기있게 지금까지 살아왔어.
우울증도 내가 해결했고 책도 썼고 30대 중반에 무경력으로 취직도 성공했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은둔형 외톨이로 오랜 시간 보냈지만 지금은 직장도 잘 적응해서 다니고 있어.
난 많은 기회를 잃은 것 같지만 대신 자유롭고 새로운 삶을 살면서 따뜻한 사람들로 둘러싸여있어.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면서 살고 있어.
난 정말 대단해.
정말 고생많았어.
내 인생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살아있는 걸로도 충분히 성공했어.
이제 내가 옆에서 내 편이 되어줄게.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나를 지켜줄거야.
그리고 나만은 나를 믿어줄거야.
지금처럼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살아줘.
다시 눈물이 났다. 건조하게 시작해서 내내 축축했던... 8회기의 상담이었다.
상담사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오렌지나무님, 다시 세상으로 나온 것을 환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