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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May 25. 2023

내과에서 마음을 들키다

위 내시경 후기

위염인지 역류성식도염인지가 낫지 않아서 위 내시경을 예약했다. 상태라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특히 역류성식도염은 몇년 전부터 주기적으로 찾아오던건데 요즘들어 빈도수가 잦아지고 오래갔다.


내시경 전에 진찰을 받는데 대뜸 두 가지를 물어본다. "식습관 안좋은거 있어요?"

"아니오."

"그럼 스트레스밖에 없는데요?"

"네..."


요즘 커피, 술, 탄산음료, 매운 음식, 밀가루 다 끊고 소식하고 있는데도 빨리 안낫는 기분이었다. 원래도 그렇게 나쁜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식습관에는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었는데 스트레스에는 할 말이 없었다.


아마 내시경을 해도 별 문제는 없을 거라고 했다. 수면 내시경을 했는데 두시간 가까이 걸렸다. 목에 뭔가를 넣는 기억을 마지막으로 의식이 툭 끊어졌다. 마취에서 깨어나 결과를 듣는데 역시나... 위, 식도 전부 다 깨끗했다.


역류성 식도염이 내시경으로 안 잡히는 경우도 있지만 어쨌든 스트레스가 원인인 것 같다고 했다. 그동안 긴장을 풀려고 많이 노력했는데 소용이 없었나보다. 즐거운 일도 많았는데 역시 즐거운거랑 스트레스 쌓이는건 따로인걸까?


긴장을 어떻게 풀면 좋을까... 순간순간 받아들이는걸 좀 바꿔보려고 해야겠다.


괜찮아, 큰일안나, 안죽어.
괜찮아, 이 정도만 해도 돼.
괜찮아, 너 지금 진짜 잘하고 있어.
괜찮아, 이걸로 누가 너 평가 안해.
그래, 나 몰라, 어쩔래?
괜찮아, 어떻게든 다 잘 될거야.


믿지는 못하지만 주문처럼 외우려고 적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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