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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06. 2023

두달 된 직장인 이야기

나는 나였다

작지만 뭔가 당당해보이는 꽃


현재 직장에 다니기 시작한지 두달이 되었다. 바람과 토양과 햇빛을 느끼고 적응하는 시기를 거치면서 조심스럽게 뿌리를 내린 것 같다.


근무 관련해서 기초적인 것들은 거의 배웠다. 시스템 이용법, 조직도, 문서 작성, 보고 절차, 업무 진행 과정같은 것들. 동료들과 상사들의 얼굴과 이름도 대체로 외웠다. 몇몇과는 친해지기도 했다.


두달 간 직장에서의 나의 페르소나는 어떤 것이어야 할지 고민도 많이 했는데 이제는 원래 내 캐릭터에 정착을 했다. 생각해보니 고민할 필요가 없는 문제였다. 나는 MBTI에서 I와 e의 중간쯤에 있는데 절대 대문자 E가 되지는 못한다.


한마디로, 아무리 노력해도 내가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였다. 가면을 많이 가질수록 잘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는 그런게 잘 안되나보다. 가면...이라기 보단 맨얼굴에 톤업크림과 립제품을 바른 정도의 변화랄까.


그래서 그냥 소극적이고 재미없으며 과묵한 스타일을 내세우고 있다. 침착함, 잔잔함, 신뢰감, 진실성, 친절함, 미소, 리액션, 수용적인 태도, 거리감 있고 예의바름, 조용히 행동으로 돕기, 친해지면 e가 됨. 이게 내가 밀고 있는 내 캐릭터다.


이게 나라서 어쩔수가 없다. 지난 2년간 쌓인 사회성을 아무리 늘려봐도 분위기 메이커가 되기는 어려웠다. 다른 동기들처럼 말도 싹싹하게 하고 농담도 잘하고 인싸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수천번도 더 했지만 안되는걸 어쩌랴.


동기들이 너무 부럽지만 그들이 보기엔 또 내가 잘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보통 자기 장점보다 남의 장점이 더 잘 보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사회생활도 내 방식대로 하고 있다. 나도 이 조직에 적응하고 있고, 또 주위 사람들도 나에게 어느정도 적응한 것 같다. 조직 안에서 작지만 어쨌든 나만의 자리를 갖게 됐다.


그러자 마음의 여유가 조금 생겼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두달이 지나있었다. 짧은데 엄청 길었던 두달이었다. 어떻게 헤쳐나갈지 고민을 거듭하면서 위를 혹사시켰던 시간이었지만, 결론이 마음에 든다. 나답게 사는게 제일 편하고 최선이라는거.


그래, 남들도 나다운거에 적응 해줘야지. 나도 남들한테 그렇게 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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