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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07. 2023

핸드폰에 사람과 연락한 흔적이 없다고

음... 내 이야기?

얼마 전 기사를 보다가 이런 내용을 읽었다. 모씨는 핸드폰에 사람과 연락한 흔적이 없었고 고립되어 있었다고.


일단 전문가가 착각하는게 있다. 요즘 은둔형 외톨이들은 몸은 고립되어 있지만 마음은 예전만큼 고립되어 있진 않다.


나는 인터넷 없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 7년, 인터넷 있는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또 비슷하게 했는데 전자와 후자는 차이가 엄청 컸다. 전자는 생지옥이었고 후자는 훨씬 나았다.


왜냐하면 인터넷만 연결되면 커뮤니티도, SNS도, 게임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 사람들 이야기를 읽기만 해도 그들과 연결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 안에서 친해지는 사람도 있고 적도 생길 수 있고, 아무튼 사람과 부족하게나마 소통이 가능하다.


게임도 마찬가지. 겉으론 은둔형 외톨이로 보여도 게임에서는 정시에 출근하고 야근까지 하는, 시간 잘 맞추고 유능하고 든든한 파티원일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엔 핸드폰에 사람 연락처가 없고 전화, 문자, 카톡의 흔적이 없다고 해서 꼭 '고립'된건 아니다. (물론 사회적인 고립은 맞지만, 현실/비현실을 구분 못할만큼의 심각한 고립은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걸 범죄의 핑곗거리로 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두번째, 그래서 어쩌라고.

젊다고 해서 다 친구도 많고 핸드폰에 연락처가 넘쳐나는건 아니다.


우리나라 사회에서 사는건 등산이랑 비슷한데, 정상적인 루트를 따라 가다보면 친구가 자연히 생긴다. 그러다 삐끗해서 등산로가 아닌 곳으로 떨어지게 되면 자연히 친구가 사라진다.


고등학교를 자퇴한다거나, 준비하던 시험에 친구들은 하나씩 붙어나가고 나만 남는다거나, 다들 좋은데 취직하는데 나만 아직도 취준생 백수라거나...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무리에서 떨어져나가는 젊은 사람들이 상당수 있다.


지금의 나와 상황이 비슷하고, 생활 패턴이 맞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끼리 만날 수 있는 공동체들이 곳곳에 있으면 그 안에 들어가고 다시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니트컴퍼니처럼 당사자들이 직접 만든 공동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취준도 힘들고 마음도 힘든데 무슨 공동체를 만들 수 있을까.


이런건 사회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다. 젊은 사람 핸드폰에 친구 연락처가 없다고 놀라기만 하지 말고, 무리에서 이탈된 사람들 핸드폰에도 친구들 전화번호가 가득할 수 있도록, 청년들의 공동체 정책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공동체. 별거 아니다. 크게 돈 드는 일도 아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모일 수 있게 프로그램 만들어주고, 공통의 취미생활 한두가지 같이 할 수 있게 해주면 된다.


봉사활동과 연계해도 된다. 공익 캠페인도 좋다. 같이 모여서 봉사활동 가고, 같이 모여서 제로 웨이스트 캠페인 하고. 그러면서 같이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것 정도로도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젊은 사람들은 아플 때 죽 가져다주고 집안 청소 해주는 끈끈한 공동체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내가 원할 때 들어가고 원할 때 나올 수 있는, 적당히 느슨한 곳을 더 선호한다. 줌으로 모여도 좋고 단톡방에서 각자의 하루를 인증하는 정도로도 만족한다.


잠시 길을 잃은 사람들도 다시 친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을 좀 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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