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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05. 2023

초대받지 않은 생

잡초가 좋다


한여름의 잡초들,

특히 가로수가 베어져나간 쇠틀 위로 쑥쑥 자라나는 풀들을 보다보면,

초대받지 않은 생의 아름다움을 느낀다.


아무도 그들을 초대하지 않았고

환영하지도 않지만

잡초들은 포석 틈새에서도 자라고

곱게 기른 애플민트를 질식시킬만큼 높고 무성하게 뻗어나간다.


정오의 땡볕 아래에서 잡초를 뽑는 사람은 서툰 도시농부들밖에 없다.


그나마도 잡초를 뽑고 뿌리까지 잡아뜯어버리는게 미안해지는 나는 농부 자격도 없다.


풀즙향 가득한 살생.

삶과 죽음을 가르는건 내가 정한 밭의 목적이다.

마음으로는 초대받은 생명이든 초대받지 않은 생명이든 그냥 명대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싶다.


도시농부학교에서 그 경험을 한 이후엔 다시 등록을 하지 않았다. 텃밭에 대한 환상도 없어져서 지금은 그냥 남의 정원을 구경할 뿐이다.


그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잡초들을 본다.

하룻밤 여름비에 한뼘씩 자라는 것 같은 생명들을,

초대받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서 그저 아름다운 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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