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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May 27. 2023

생일 파티가 끝났습니다

니트 컴퍼니 전시회


어제부로 니트컴퍼니에서의 활동이 끝났습니다. 어제가 근무 마지막 날이었어요.


요즘 열심히 글을 쓴건 니트컴퍼니에서의 저의 업무때문이었어요. 맨 처음엔 업무로 뭘 정할까 고민했어요. 매일 공부하기를 해볼까, 책 읽기를 해볼까...


그러다 그동안 내내 마음에 걸렸던 브런치에 글쓰기를 한번 도전해보자고 결정했죠.


책을 낸 이후로 저는 한동안 책도, 브런치도 보지 않았습니다. 정말 제가 우울증의 덫에서 벗어난건지 확신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다시 사회로 나와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어요. 이제와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무경력과 나이는 발걸음을 무겁게 하는 돌덩이 같았죠.


무슨 일이든 감지덕지 해야 할 처지였지만 아무 일이나 하면서 살고싶진 않았어요. 제 마지막 자존심이었죠. 제가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 경쟁이 없는 일,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는 일. 월급은 안봐도 이건 꼭 이루고 싶었어요.


그렇게 사회에서 제가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는, 저에게 맞는 한 자리를 못찾았으면 저는 우울증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했을 것 같아요. 살아서 즐거운게 없으니까요.


그리고 생각들을 바꿔나가는 과정도 필요했죠. 그동안 제 생각 회로는 우울증에 익숙해져 있었으니까요. 머릿속의 고문틀을 치우고 새로운, 좋은, 즐거운 것들로 채우는데는 시간이 좀 걸렸어요.


사실 저는 방법은 잘 몰랐어요. 눈을 가리고 감각에 의지해 걷는 사람처럼, 제가 우울증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썼던 방법들에 의지해 막연히 반대쪽으로 걸어갔어요.


셀프 칭찬도 해보고 사람들도 만나고 재밌는 일들과 마을 활동들로 일상을 정신없이 가득 채우고... 마지막에는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마음을 대하는 방법도 배우고, 제 마음도 정리할 수 있었죠.


그렇게 저는 태어났어요.

태어난지 2년 5개월 됐어요.


니트 컴퍼니와 함께 한 이 글쓰기 과정은 저의 다시 태어남을 되돌아보는 생일 파티 같은 느낌이었어요. 이제 생일 파티를 끝내고 다시 걸어가려 합니다.


제 생일 파티에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여기에 쓴 글들은 출력해서 니트 컴퍼니 전시회에 전시할 예정입니다.


전시: <백지상태(白紙狀態)> - 백(白)에서 백(百)으로

일시: 6월 9일(금) 13:00~20:00

          6월 10일(토) 10:00~16:00

장소: 극장 PLOT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4길 27 지하 1층(창천동))


토요일 오후에는 저도 있을 것 같아요. 혹시 시간 되시는 분들은 들러주세요.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의 100일간의 흔적들이 전시되어 있을 거예요. 한번 보러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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