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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16. 2023

용서?


나를 괴롭힌 사람이 있었다. 일부러 괴롭히려고 했다기보단 본인이 너무 예민해서 주위 사람들을 상처주는 유형이었다. 물론 그 사람도  때문에 화가 많이 나고 괴로웠을 것이다. 나도 지지않고 상처주는 말들을 했으니까.


더이상 그 사람과 엮이지 않게 되니까 미움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이건 산만한 것일수도 있고 우울증으로 인한 후유증일수도 있지만... 아무튼 나의 큰 장점(?)인데, 나는 안좋은 일들을 잘 잊어버린다.


그러면서 내가 그 사람한테 심한 말을 했던 것들이 자꾸 생각나서 마음이 안좋았다. (미쳤다...) 내가 당한건 잊어버리고 내가 가해한 것만 기억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어쨌든 나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사람이라 (왜 이럴 땐 쓸데없이 보수적인지...) 같이 싸운 것도 잘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몇달동안 망설이다가 그 사람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사과드리고 싶다고, 한번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먼저 가서 기다렸는데 마음이 떨리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고 괜한 일을 했나 싶어서 후회도 됐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그 사람이 어떻게 말할지도... 여러모로 긴장되는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그 사람이 왔다. 이야기를 해보니 그 사람은 아직도 자기가 나한테 잘못한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 입장에선 자기가 옳고 내가 무례하고 이상한 사람이었다.


어쨌든 나는 내가 한 심한 말들에 대해 사과하기 위해 간 거라 죄송하다고 하면서 용서를 구했다.  사람의 마음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용서는 구하는 사람이 던지는게 아니라 받는 사람이 하는 거니까 이해는 됐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그러다 어느순간 자연스럽게 그 사람을 잊어버렸다. 이제는 미안한 것도 없고, 난 할 만큼 했다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정리했다.


이게 정말 용서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사람에게 용서를 구하고, 나도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었던 이유는 그저 잊어버리고 싶어서였다. 내 마음속에 담아두면 불편하니까. 그 사람 때문에 내 인생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다. 

 

최근에 그 사람에 관한 소식을 건너건너 들어서 다시 생각이 났다. 좋은 소식이 아니라... 그때 사과하러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무거워질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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