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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30. 2023

타로카드, 위로


개인적으로 나는 타로를 좋아하는 편이다. i인 내가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도구이기 때문이다. 타로카드를 펼치면 처음 만나는 사람의 집에 숟가락이 몇개인지도 알 수 있다. 그만큼 깊게 집중해서 대화하게 된다.


타로를 믿느냐고 하면 반반이다. 타로는 사람의 의지를 대신 해주지는 못한다. 예를 들면 주역이든, 타로든 나를 우울증과 무기력에서 건져줄 수 있었던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카드들, 점괘가 무엇을 보여주든 나는 은둔형 외톨이 상태에서 단 한걸음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래서 사람의 의지에 관해서는 점을 믿지 않는다. 하면 되고, 안하면 안된다.


그리고 어떤 점이든, 실제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명문대에 가고도 남을 성적인데 점을 보니까 그 학교에 가면 불행한 일이 생기니까 가지 말라고 한다. 현실에서 정말 안갈 사람이 있을까?


나도 그럴 땐 믿지 않는다. A소개팅, B소개팅 중에서 어느쪽이 더 괜찮을지 미리 볼 수는 있지만 안좋게 나왔다고 해서 안 나가진 않는다.


다만 뭐가 좋은지 모르는데 결정해야할 때, 위로와 지지가 필요할 때,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지만 불안해서 죽을 것 같을 땐 타로에 의지한다. 타로에게 물어보고 답을 듣는다. 누구와도 나누기 힘든 고민들은 그렇게 풀어낸다.


그러면 타로카드가 대답을 해주는 것처럼, 신기하게도 내 상황에 맞는 카드들이 나오곤 한다.


예를 들면, 예전에 내가 내 실패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를 타로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던 힘든 시절이었다. 그때 타로카드는 이 카드를 보여주었다.



6번 연인들 카드이다. 이 카드는 에덴 동산에서 선악과를 먹고 쫓겨나게 된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두 사람은 안락한 에덴 동산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 수 있었지만 순간의 실수로 모든걸 망쳐버렸다. 죽음과 출산의 고통을 얻게 되었다.


다시말해 아기를 낳아 키우는 기쁨을 얻었고, 언젠가는 죽음을 통해 삶이라는 고행을 끝낼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이 실패는 인류의 번성이라는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


내 실패도 그렇다고 카드가 말해주고 있었다. 이게 돌이킬 수 없는 실패인건 맞지만, 대신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는 기회를 얻은거라고. 그리고 그 길에서 나는 고통도 받겠지만 행복도 누릴 거라고. 나는 '인생'을 살고있는 거라고. 나는 그렇게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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