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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24. 2023

안해도 돼요?

어른의 역할?


얼마전에 "안해도 돼요?"라는 말을 해봤다.


나는 아빠에게 주입받은게 있어서 사회생활에서 꼰대 반, 내가 하기 싫거나 잘 모르는건 안하는 성격 덕분에 MZ 반인 편이다.


활동가 분들과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내가 막내였다. 그래서 당연히(?) 아무 생각없이 수저를 놓고 물을 따르고 있었다. 그랬더니 한분이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여기선 그렇게 안해도 돼. 각자 자기 것 챙기면 되지."


순간 혼란이 왔다. 그래도 되는 거였나? 내가 막내인데 안해도 되는건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모르게 "안해도 돼요?"라고 되묻게 되었다.


물론 수저 놓고 물 따르는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나 자신도 예의보다는 호의로 할 때가 많긴 하지만, 그래도 안해도 된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그분 말을 듣고 이런 것도 어른의 역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예의라고는 하지만 수직적인 관계를 전제로 한 것들을 먼저 깨주는 것. 먼저 살아봐서 잘 아는, 사람을 옭아매는 관습같은걸 후배들을 위해 없애주는 것.


나 자신도 돌아보게 되었다. 우울증을 만드는 우리 사회의 구조를 비판하지만, 나 자신은 정말 그 틀에서 벗어나서 행동하고 있을까? 나는 정말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있을까? 내 사고방식도 우리 사회의 주류적인 가치관에서 크게 벗어나있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사회에서 막내 역할을 할 때가 더 많지만, 나중에는 그런 어른의 역할을 해보고 싶다. 그런거 안해도 된다고 먼저 말해주는 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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