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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n 26. 2023

그럴수도 있지

일상의 스승2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아마 어떤 복지관 연계의) 카페에서였다. 보통은 음료를 잘 안마시는데 날도 덥고 쉴 곳이 필요했다. 거기다 미숫가루 3,000원. 저렴한 가격이다.


카페에 앉아있는데 어르신들끼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손님 누가 무슨 문제를 일으킨건지... 아무튼 뭔가 문제가 있었나보다. 그런데 청바지를 입은 어르신이 불평하는 동료에게 여유가 느껴지는 목소리로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럴수도 있지~"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잠시 후에 옆 테이블의 어린아이가 빨대를 휘둘러 나한테 딸기 스무디가 튀었지만 그냥 넘어갔다. '그럴수도 있지'라는 그 한마디가 마음속을 맴돌고 있었다. 옷에 스무디가 튀었다고? 그럴수도 있지~


어르신들이 운영하는 카페의 장점을 알게 된 기분이었다. 그동안은 단순히 노인 일자리 창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럴수도 있지~"라는 느긋한 한마디가 내 생각을 바꿔놓았다. 그분들의 일자리 창출도 있지만 손님들도 알게 모르게 작은 지혜 하나씩 얻어가는지도 모른다.


은발의 어르신들이 청바지를 입고 서빙하고, 손님들에게 딸이나 손자 대하듯 친근하게 음료를 권유하고, 테이블의 칭얼거리는 아기 손님을 자연스레 달래주는 분위기가 참 좋았다.


비슷한 나이대 어르신들도 들어와서 편하게 "믹스커피 아이스로 두잔 주세요!"를 외친다. 그래, 어르신들은 역시 라떼 아니고 믹스커피지. 여기선 서비스직의 친절이라기보단 사람 자체를 반기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다음번에 누군가의 실수나 잘못 때문에 짜증이 난다면 이 순간을 꼭 기억해야겠다. '그럴수도 있지'라는 말과 지금의 이 미숫가루 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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