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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21. 2023

직장의 정치

'정치'는 어디나 있는 것 같다. 사람이 3명만 넘어가면.


예전 직장에서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좀 무심할 수 있었다. 일단 그 세계는 60대가 평균연령이었고 나는 30대에 외부인이었으니까. 그리고 내가 눈치가 좀 없긴 하다. 누가 앞에선 웃으면서 대하고 뒤에서 싫어하고 험담해도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파벌이라는게 있고 누구의 편이라는게 있고 그들만의 히스토리가 있고 그들 사이의 평판이라는게 있다는거. 보통은 나와 무관하지만 가끔은 업무상, 공식적으로도 그런걸 고려해야할 때도 있었다.


아마 정착하기 전까진 나에 관해서도 보이지 않는 무수한 평가와 검증이 있었을거다. 내가 누구의 편인지같은. 그런 탐색기가 좀 있었다.


내 입장에서는 단순한 실수였는데 거기서 정치적(?) 의도를 찾아내고 항의하러 온 사람도 있었고, 대놓고 내가 월급을 어디에서 받는지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다. 내가 누구의 편인지 아는게 그들에겐 굉장히 중요했다.


나는 그런걸 진짜 모르고 어려워하는 인프피다. 나는 항상 진심이고 마음에 없는건 하다못해 칭찬도 잘 못한다. 내가 칭찬을 많이 하는건 입발린 소리가 아니라 진짜 그 장점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대체로 솔직한 편이다. 내 감정, 생각을 숨기지 못한다.


그래서 '정치'같은 복잡한 체계와는 잘 안맞는다. 지난 직장에서도 처음엔 그런 부분이 어려웠다. 그래도 주변에서 들리는 정보들이나 조언은 열심히 듣고, 아는 범위 내에서는 현명하게 처신하려고 노력했다. 오해하는 사람들에겐 솔직하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인프피답게 살았다. 단순하게, 진심으로, 관심있는건 열정적으로. 몇달 지나자 사람들도 내가 모두한테 진심이라는거, 솔직하다는거, 나를 믿을 수 있다는걸 알게 된 것 같다. 어느 순간 나는 받아들여졌고 그 뒤로는 모든게 쉬웠다.


받아들여진 후에는 아무도 내 의도를 의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편하게 행동할 수 있었다. 내가 오해할만한 일을 하면 사람들이 먼저 찾아와 알려주었다. 이러면 누가 오해할 수도 있으니 저렇게 해보라고. 그리고 진심으로 나를 대해주고 도와주었다. 그래서 진짜 편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건 원래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엉망진창으로 실수해버릴 때도 있고 다시는 얼굴 못볼 정도로 사고를 칠 때도 있다. 복잡하게 얽힌 오해를 어디서부터 풀어가야할지 난감할 때도 있다.


그럴 때 의기소침해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묵묵하고 꿋꿋하게, 그리고 내가 편한 방식대로 해나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라는 마인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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