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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21. 2023

모임들을 내려놓기

이제는 안녕

나는 지난 몇년간 다양한 공동체에서 활동했다. 내가 그런 공동체 안에서 우울증이 치유되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해왔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만일 가능하다면)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그런 활동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 모임 하나에 참여하면 보통 한달에 한두번 정도는 만난다. 그런 모임들이 10개 정도 되면 쉬는 날이 많지 않다. 주말에도 나가고, 평일에도 세번 정도는 교육을 받거나 모임에 나가느라 9시 넘어서 집에 들어가곤 했다.


동네에 직장이 있을 땐 쉬웠다. 출퇴근이 피곤하지도 않았고 집에서도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땐 지금보다 처신에 있어서 자유로웠다. 시간도 편하게 쓸 수 있었고.


그런데 지금은 출퇴근 왕복 2시간 반, 주말 출근을 하다보니 체력이 떨어지기도 하고, 거리가 머니까 내가 사는 지역의 모임들에 참여할 수도 없다.


예전에 어떤 지인분이 이런 말을 했다. 50이 넘으니까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그래서 진짜 좋은 사람들, 진짜 의미있는 일 아니면 칼같이 잘라내게 된다고.


그때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는데, 직장인이 되다보니 지금은 시간과 체력을 아껴야 한다는걸 느낀다. 직장에서 상당부분 에너지를 소모하다보니 개인적인 취미를 위한 시간도 못 낼 때가 있다. 지금 캘리그라피 강의를 신청해놓고 재료를 다 받았는데도 며칠째 시작을 못하고 있다. 집에 오면 쓰러져 잠들기 바빠서.


기존에 활동하던 모임들 중에 가장 중요한 하나만 남기고 나머진 정리해야되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지금 직장에 취직한 후 모임들을 하나 둘 떨어뜨리며 왔다. 처음에는 줌 공부방을, 다음엔 책 모임을, 그리고 이번에 고민하는건 내가 꽤 좋아했던 모임이다. 좋아했는데 갈수록 부담이 얹어지니 어느 순간 버거워졌다. 


사실 모임들을 내려놓으며 드는 고민은 우울증이 재발하지 않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요즘 취미생활도 없고 만나는 사람들도 줄고 일 자체도 달라져서 일상이 전처럼 가볍고 재미있진 않다. 예전처럼 마음 설레는 일도 별로 없다. (드디어 진정한 직장인이 되었...)


우울증이 나았던 방향의 반대편으로 가고 있다. 이래도 괜찮을까 싶긴한데 좀더 선택과 집중을 하기로 했다. 나한테 정말 중요한 모임 하나, 후원하는 모임 하나. 남는 시간엔 취미생활과 공부.


이 정도만 가져가고 당분간 나머지는 내려놓기로 했다. 다 가져가려고 하면 오히려 마음의 짐이 더해져서 힘들어질 것 같다.


다음주쯤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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