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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19. 2023

심해같은 직장생활

어쩌다보니 좀 까다로운 곳에 온 것 같다. 인간관계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곳? 난 엄청 단순한 인프피인데...


어제도 동기랑 계단을 내려오면서 "여기서 들은건 다 비밀이야. 다른 동기들한테도 말하면 안돼."라는 주의를 듣고 (어차피 내가 말을 옮기는 사람도 아니고 특별한 이야기도 없었는데...) 나 어딘가 굉장히 안맞는 곳에 와있다는 생각을 했다.


요즘 코로나로 브레인 포그가 생겼는데 참 다행이다. 이직을 적극적으로 알아볼 정신이 없어서. 계약기간까진 일단 다니면서 빚도 갚고 월급도 모으고 해야 되는데 마음이 떠버리면 안된다.  


제대로 일을 해내는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이 직장은 깊은 바닷속 같은 느낌이 든다. 파도 파도 뭔가 또 있고 어둠 저편에 뭐가 또 있고... 나는 그냥 어딘가에 붕 떠있는 느낌이다. 내가 어디 있는지도 잘 모르겠고 그냥 웃으면서 돌아다니고 월급만 열심히 받고있다.


인프피나 엔프피들은 따뜻한 햇빛 아래서, 그림자를 벗고 드러난 사물들의 모습을 보는게 편한데 여긴 그런 느낌이 없다. '태엽감는 새'의 주인공이 된 느낌이다. 나의 우물을 찾아야 하나...? 적응 잘하는 파워 E들 사이에서 약간 위축된 채로 눈치보고 있는 나는 이미 우물에 들어가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러고보니 그 책에서 읽었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언제나 좋은 소식은 작고 희미한 소리로 전해진다고. 귀를 잘 기울이고 있어야 한다고.


모르겠다. 그냥 잡히는 대로 흥미로운 일들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나름대로 배우고 적응하려고 노력중이고, 도와주는 선배들도 많아서 고마운 마음이다. 하지만 단순한 나에게 한계는 분명히 있어서 그분들도 답답할지도...


어쩔 수 없다. 약속은 지키고 책임진건 다 하고 재미있는건 열심히 하고... 나머진 나답게 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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