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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Aug 17. 2023

나이를 먹은적이 없어서 나잇값을 못하는

스벅 생일음료...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나는 나잇값을 못하는 편이다. 누군가는 내가 리광을 부린다거나 나이에 안맞게 행동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잇값도 뭔가 쌓여야 할 수 있는거 아닐까. 괜히 모르면서 '아는 '을 하고싶진 않다.


긴 우울증, 은둔형 외톨이 기간 동안, 나는 신체적으로는 나이를 먹었지만 정신적으로는 성장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나는 30대 후반이지만 올해가 직장인으로는 3년차밖에 안된다.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느슨하게나마 사회생활을 한지는... 5년 정도라고 보면 될까.


몸과 정신의 시간이 다르게 흘렀다. 그래서 사실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고 적응하면서 배워야할 것도 많다. 올해 5월쯤인가. 나는 친구한테 처음으로 고기 굽는 방법을 배웠다. 그 정도가 지금 나의 경험치 레벨이다.


몸은 30대를 지나가고 있는데 정신은 20대를 겨우 건너오고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막연히 40대가 되면 좀 나아지고, 확신있고, 어른스러운 내가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40대에도 이렇게 애같으면 곤란한데... 라는 생각을 매일 하고 있지만 가능할지 모르겠다. 열심히 노력은 하고 있다.


예전같으면 이런 내 모습이 창피하고 초라해서 일부러 더 당당해보이려고 하고 아는척을 하고 다녔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또다시 우울증이 오거나.


하지만 지금은 그냥 현재의 내 모습을 인정해준다. 나는 지금 이걸 모르는구나, 도움이 필요해, 아직 배울게 많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부끄러운거 없이 모르는거 인정하고, 다 물어보고 (염치는 좀 없는듯...) 편하게 살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피곤한게 힘주고 사는 일인 것 같다. 아는척, 강한척, 당당한척, 잘난척 등등. 그렇게 힘주려면 내 마음의 근육이 너무 피로해진다.


현재의 내 정신연령(?) 혹은 경험치를 인정해주고 거기서부터 매일 뭔가 시도해보고 있.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전화 한통도 도전이라고 생각하면서.


뭐라도 하면 결과가 좋든 나쁘든 조금씩 성장해가는 거니까. 2년 전의 나, 1년 전의 내가 지금과 많이 다른 것처럼 나는 계속 자랄 것 같다.


아님 말고. 나보다 더 나이 많은 사람들이랑 다니면 되지 뭐. 나잇값, 그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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