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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Aug 16. 2023

찾지 못하는 시

가졌다가 잃어버린 시가 있다.

마지막 한구절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한시라 원문을 기억하지 못하면 검색이 잘 안된다.


집에 있는 시집들을 다 봐도 찾지 못했다. 대학교 때 어느 과제를 하다가 도서관에서 빌린, 그런 책의 한 갈피에서 본 시인 것 같다.


영영 못찾는 시는 아니다. 시인의 이름도 알고 그 시인은 마침 유명한 사람이라 그 사람의 시 전편이 수록된 책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아직 찾지 못한건 그 시를 읽었을 때 느꼈던 시린 마음을 마주하기 힘들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일상이 바빠서, 시험에 나오지 않아서, 미니멀리스트가 되겠다는 핑계로 책을 안 사서, 집 근처 도서관에서 빌릴 수가 없어서... 막상 큰 도서관에 가게 되면 생각이 안나서.


그렇게 그 시를 잃어버렸다.


그때의 느낌만 남았다. 어느 빈 강의실에서 그 시를 읽으면서 목 메이게 울었던 기억은 난다.


이번 휴가 계획에 '시 찾기'를 넣었다.


그 시를 지금 본다면 그때의 느낌이 나려나.

나는 그 얼음 조각을 손에 쥘만큼 지금은 따뜻해진걸까, 아니면 그때와 비슷하게 추운걸까.


어느 마음의 틈새에서 잠시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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