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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23. 2023

'동네'라는거

오랜만에 '동네'에 왔다. 약속 장소도 동네 사람들이 슬리퍼를 끌고 계모임을 하러 오거나 술 한잔 하러 들르는, 외지인 없는 동네 식당이었다. 모두가 서로를 알 것 같은 분위기였다.


사람들은 이따금 일어나서 다른 일행과 함께 온 지인에게 악수를 청하고 술을 권한다. 누군가는 지인이 있는 테이블의 식대를 대신 계산하고 가기도 한다.


우리는 고기를 굽고 술을 마셨다. 60대 남자 한명, 그리고 30대 여자 두명은 사는 얘기도 하고 인생 얘기도 하고 동네 뉴스도 이야기했다.


최근에 동장이 바뀌었고 어느 공무원은 어느 동으로 갔으며, 공통의 지인 누가 상을 당했고, 동네 저쪽에 새로 카페가 들어섰다는 이야기 같은 것들.


아직 남자친구 없는 30대 미혼 여자 둘이 있어서 결혼 이야기도 나오고 주위의 괜찮은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60대 남자는 때로는 딸들의 결혼을 재촉하는 부모처럼, 때로는 상대방의 결혼관을 궁금해하는 친구처럼 대화에 끼어들었다.


몇잔 안마셨는데 취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았다. 대화의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나이를 떠나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 맛있는 것도 먹고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60대 남자는 우리가 결혼하면 언제든 오겠다고, 돌잔치까지 오겠다고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를 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그런 날이 려나...


가져간 케익을 나누며 우리는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나는 인사를 하고 돌아서서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가까웠다. '동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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