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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Jul 24. 2023

자살, 예방만 하면 뭐해요

살 수 있게 해줘요

얼마전 이런 질문을 들었다.

"자살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하면 된다고 생각하세요?"


내 대답은 이랬다.

"예방만 하면 뭐해요? 자살 안하고 살 수 있게 해줘야죠."


자살이라는 순간적인 행위만 막으면 자살 예방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효과는 있다. 일단 살아난 후에는 살고싶은 마음이 주도권을 잡을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들은 자살하려는 사람들이 어떤 고통을 안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 사람을 세상에서 가장 살리고 싶은 사람은 바로 본인이다. 너무 살고 싶은데 살 방법이 안보여서, 살 힘이 없어서 정말 어쩔 수 없이 죽는다.


자살을 예방하려면, 순간적인 행위를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서 예비 자살시도자들을 대상으로 생명의 소중함을 교육할게 아니라, 소중한 생명이 잘 살 수 있도록 우리 사회의 문화도 바꾸고 구조도 손보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일까.


그렇지만 현실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면, 그건 자살 쪽도 마찬가지다. 이쪽이 변하지 않는만큼 저쪽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초저출산에 그나마 태어난 귀중한 생명들도 자살해버리는 자살률 1위 국가로 계속 나아가지 않을지.


아득히 멀던 환경문제가 이제는 폭우와 산사태로 다가오듯이 자살도 나와 관계없는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닐수도 있다. 자살하는 사람이 내 부모, 내 배우자, 내 자식일수도 있으니까.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에코백을 들고 고체 치약을 쓰는 노력을 하는 것처럼, 일상에서도 자살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내 말, 내 가치관, 내 태도 하나가 다른 사람을 힘들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상처를 덜 주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일 나에게 자살 예방을 위해 뭔가를 해보라고 한다면, 그런 일상속의 문장들을 만들어보고 싶다. 치약을 들다가, 김치통을 꺼내다가, 화장실에 갔다가 발견하고 문득 깨달을 수 있는 소소한 말들을.


그래서 폭력적인 말을 하려다가도 멈추고, 비난하려다가도 숨을 고르게 되는 순간이 늘어나기를. 시험 성적보다도 아이 자체를 보는 시간이 늘어나기를. 내 인생을 비관하기보다 아직 남아있는 것들을 보기를. 그런 것 하나 하나가 한명 한명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는 말들은 한강의 다리 위에 걸어놓을게 아니라 우리의 일상속에 놓아야 한다.


그런 말들을 모아서 스티커로 만들어 나눠주는건 어떨까. 올해가 가기 전에 한번 시도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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