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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Aug 10. 2023

태풍속에서

우리가 무언가의 존재를 느낄 땐 아프거나 두려운 순간인 경우가 많다. 매일 우리 몸의 모든 부분을 감각하면서 살진 않지만, 그중 어딘가에 상처가 생기면 아픔을 통해 그 부위가 존재하고 있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우리는 매일 우리를 스쳐지나간 바람들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태풍은 느낌으로 남는다. 태풍이 다가오니 내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를 감각할 수 있게 된다. 태풍 경로에 살고있는 지인들, 얼굴은 모르지만 재해를 입게 되면 마음 아플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 우리집, 내 출퇴근길 등등.


우울증도 그랬다. 그 전에는 내가 순간순간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데 우울증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칠 때는 아주 사소한 감정까지도 느껴졌다. 내 마음 안에서 어디, 어디가 왜, 어떻게 아픈지를 알 수 있었다.


아픔과 두려움은 우리의 생존에 꼭 필요한 친구다. 어디를 봐달라고 말해주니까.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살아남을 방법도 있다.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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