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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Sep 22. 2023

마음에 저녁이 오면


낮에는 안보이던 별들이 저녁이 오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마음이 햇살을 받는 것처럼 기분좋을 땐 보이지 않던 부정적인 면들이 기분이 가라앉으면 드러난다.

 

평소에 잊고 살았는데, 더 즐거운 일들에 몰입하느라 모르고 있었는데, 아예 없어진건 아니었다.


내 마음속 밤하늘에는 우울증의 여러가지 파편들이 박혀있고 소소한 컴플렉스와 상처들도 걸려있다. 많은 별들을 떨어뜨렸지만 남은 것들도 많다.


내 기분이 낮과 밤을 오갈 때마다 그 별들은 빛나기도 하고 사라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항상 그 자리에 존재하고 있다.


햇빛 충만한 시간엔 잊고 있다가 어둠이 덮이기 시작할 때 드러나는 그 별들을 보면 마음이 서늘하다. 당황스럽다. 바다처럼 펼쳐진 하늘. 그 망망대해에 나 혼자 떨어진 듯한 기분이 든다.


나는 지금 괜찮은걸까, 이게 맞는걸까, 내 마음은 어디에 있는걸까, 저 트라우마같은 기억들을 갖고 난 어떻게 지금 살아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서 문득 혼란을 느낀다.


나는 어쩔 줄 몰라서 멈춰선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다시 마음에도 해가 뜨니까 그대로 잠을 청하기도 한다. 그렇게 덮어두면 밝아지는 시간이 또 다가온다. 그러면 나는 다시 별을 잊어버린다.


이렇게 낮밤이 반복된다. 나의 의도나 의지와 관계없이.


어쩌면 낮에는 안보이는대로 잊고 현재를 즐기고, 밤에는 또 보이는대로 내 마음의 모습을 관찰하는게 답인지도 모르겠다. 낮도 밤도 내 마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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