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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Sep 25. 2023

집에 온 기분


그리고 내가 덧붙이는 E.


이 글자들이 무엇의 약자인지,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다. 이날 내가 느낀 기분으로는 HOME에서 E만 빠진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다.


정말 오랜만에 모임에 참여했다. 토요일에도 중요한 약속이 있었지만 거의 쓰러질 것 같아서 가지 못했다. 일요일에는 아침에 등산을 다녀와서인지 몸이 가뿐해져서 오후 모임에 갈 수 있었다.


몇달만에 보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을 할 일이 있었다. 행사 때 쓸 판을 디자인하고 꾸미는 것, 그리고 그때 방문객들과 같이 할 게임들을 사전점검 하는 것.



동네에서의 모임은 특유의 정겨움이 있다. 일단 우리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의 카페라는게 좋았고, 모임 구성원 중 한분이 거기서 봉사를 많이 하셔서 대관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우리는 카페를 통째로 빌려 작업장으로 만들었다. 음료는 우리가 직접 만들었다. 나와 친구는 처음 들어가보는 카페 안쪽 공간에서 커피도 내리고 자몽청으로 자몽에이드도 만들어냈다. 자몽청은 여기서 직접 만드신건데 진짜 맛있어서 한조각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모임에서 빠지지 않는건 넉넉한 음식이다. 한분이 고구마를 삶아오셨고 근처의 맛집에서 호떡과 사라다빵도 사오셨다. 분위기에 취해서 다이어트는 접어두고 맛있게 먹었다.


근황 이야기도 나누고 중간중간 설거지도 하고 일 이야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마스킹테이프와 물감으로 판을 꾸미는 역할을 맡았다.


원래같으면 소심해서 잘 안 맡는데 여기서는 못해도 괜찮다. 그냥 동네에서 하는건데 뭐... 이런 편한 마음이 있어서 내 방식대로 자유롭게 작업을 했다.


그렇게 모임을 하고 7시쯤 집에 왔는데 마음이 엄청 편했다. 다음날 출근인데도 피곤하지도 않고 기분이 좋았다. 어디가서 못하는 이야기를 다 털어놓고 위로받은 것도, 한마음으로 즐겁게 작업한 것도 다 좋았다.


그래서 이 모임이 오래 가는게 아닐까 싶다. 푸근하고 휴식이 되니까. 여기에 쏟는 시간은 한번도 아깝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가끔씩 쉬러, 이렇게 돌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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