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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Oct 08. 2023

나의 정원

아트퍼스트 '재료와 나' 다섯번째 시간에는 저항하는 재료를 다뤘다. 찰흙, 유토, 클레이. 특히 찰흙과 유토는 주무르는 것만으로도 손가락 힘을 많이 써야했다.


흙을 만지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커팅하는 것부터 만지는 것, 손가락으로 슬슬 미는 것 등등. 유토는 처음이었는데 촉감이 맛있게(?) 느껴졌다. 단단한 캐러멜을 만지는 기분이랄까. 맨 마지막에 가장 마음에 든건 유토였다.



순수하게 노는 시간이었다. 찰흙은 어차피 버릴 거라서 아무 부담없이, 그저 손이 이끄는 대로 즐기면 됐다. 별 생각없이 만드는데 절벽과 파도가 생각났다. 이날은 신체적으로 정말 힘들고 피곤한 날이어서 그런지 황량한 절벽들, 바위들이 만들어졌다.



그 다음에는 원형 코르크 판 위에 나를 가장 편안하게 하는 것들을 만드는게 과제였다. 나는 정원을 만들었다. 맨 처음엔 유토로 만든 돌을 얹었다. 개방적이지만 보호받는 울타리가 필요했다. 울타리 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들, 빨강, 노랑, 초록으로 채웠다. 바닥에 널린 꽃과 열매, 잎들.


그리고 이제 나를 만들 시간이었다. 예전에 내가 죽을 생각을 하고 만들었던 점토 인형과 관이 생각났다. 그때와 지금의 나를 비교해본다면...


나는 가운데 자리에 내 인형 대신 조개와 진주를 올려놓았다. 조개의 상처가 진주가 된 것처럼 그때의 아팠던 나는 지금 평온하고 행복한 내가 되어있다. 살 수 없을 줄 알았는데 어떻게 살아있고 또 만족하고 있다. 정말 신기한 일이다.


그리고 정말 잘 살았다.



작품을 다 만들고 난 후에는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다. 시간이 좀 초과되어 선생님이 일부의 이야기만 들을지, 아니면 다 들을지 물어보셨다. 우리는 전부 다 이야기를 듣자는데 손을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사람 한사람 이야기를 듣고 나눌 수 있었다. 무엇이 누구를 왜 편안하게 하는지 그 이야기들을.


그 이야기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이 수업이 더 좋은 것 같다. 내 것만 만들고 느끼고 집에 가는 과정이었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경쟁심이나 열등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누구는 엄청 잘하는데 내 작품은 한심하다는 생각같은거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면서 작품이 곧 그 사람의 마음인걸 알게 된다. 우열이 있고 비교가 있는 무언가가 아니라, 그냥 한 사람의 기억과 감정과 개성이라는걸.


그렇게 우리는 매주 조금씩 알아가고, 친해지고 있다.


다음주는 수업 대신 함께 전시회에 가는 날이다.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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