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Oct 19. 2023

내 안의 충동성


이건 다소 ADHD의 영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그랬는데, 나는 겉으로는 차분해보이지만 주로 충동성에 의해 움직이는 편이다. 하루에 이것저것 다 해본다는 분주한 충동성이 아니라, 몇주, 몇달씩 하나에 꽂혀서 그것만 관심갖는 종류의 충동성이다.


특정 시대의 역사, 옷이나 악세서리, 드라마, 영화, 소설, 대학원(?) 등등. 하나에 꽂히면 그것만 보이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어느정도 충족이 되면 내 안의 충동성은 또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소비를 예로 들면, 평소에 꾸준히 옷, 화장품 등에 관심을 갖는게 아니라 옷에 꽂히는 시기, 화장품에 꽂히는 시기가 다 다르다. 그런 시기가 오면 한동안은 한 종류의 물건만 사들인다. (고르고 또 고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과소비는 되지 않지만)


그리고 그 시기가 지나면 관심이 뚝 떨어지고 또 다른 영역으로 넘어간다.

 

올해의 내 마음들을 되짚어보다가 문득 이런 충동성에 의해 움직이고 있었다는걸 알게 됐다. 1~3월엔 뭐, 5~8월엔 뭐... 이런 식으로.


충동성이 내 안에서 확 올라오는데 그걸 바로 충족시켜주지 못하면 고통스럽고 인생이 불행한 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부족해서 이걸 못 얻는다는 식으로 생각해버린다.


사람은 다 가질 수 없는 거니까 충동성이 원하는 대로 다 뻗어갈 수는 없는데도... 그 책임을 나한테 돌리곤 했다. 모두에게 가능한데 너만 못하는 거라고, 니가 모자라서 얻지 못하는 거라고.


그게 우울증의 먹이가 되어 진짜 병으로 발전한 경우도 많았고, 때로는 단순한 좌절의 감정을 우울증으로 착각하기도 한 것 같다.


충동성, 그만큼 기복이 큰 감정상태(충동적인 좌절, 충동적인 희망), 나에게로의 책임전가.


메모해둬야겠다. 이것도 나의 조금 부정적인(?), 왜곡된(?) 생각패턴의 하나인 것 같다.


다음번에 마음속에서 희망과 좌절이 달리기 시작하면 이 생각을 꼭 떠올려야겠다.



지금 내 안의 충동이 달리고 있어.

난 지금 감정기복이 큰 상태야.

진정해.

이건 너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감정에 휩쓸리고 있을 뿐이야.

잠깐만 멈추면,

이 시간은 지나갈거야.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의 어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