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렌지나무 Oct 17. 2023

인생의 어떤 문은 열리지 않는다

이유는 모른다. 그냥 그럴 때가 있다. 내 잘못도 아니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그냥 문 자체가 잠겨있다. 학업, 취업, 시험, 친구, 연애, 결혼 등등. 내 마음대로 안되는 것들이 있다.


어떻게든 인생이 흘러가긴 하지만 가끔은 직진하고 싶을 때 엉뚱한 바위를 만나 둘러가야 하고, 원래 도달하려고 한 곳이 아닌 다른 곳에 도착하는 경우도 있다.


어둠 속에서 잠긴 문을 열려고 참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다른 열린 문들도 있는데 꼭 그 문을 열어야 한다고 집착했던 적이 많다.


이제서야 겨우 안 열리는 문도 있다는거,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거, 그리고 열리는 문 중에도 좋은게 많다는걸 조금은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해보면 제자리에 멈춰서 울고만 있을게 아니라면 어느 문으로든 나가야 한다. 다른 선택지는 없다. 그러다 어느 순간 끝없이 문들을 지나야 하고 수없이 거부당하는 것 자체가 환멸스럽고 우울증이 오기도 하지만... 죽을게 아니라면 또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


지금은 좀 단순하게 사는 편이다. 안 열릴 것 같은 문은 상처받을까봐(?) 안 연다. 최대한 잘 열릴 것 같은, 그러면서도 괜찮아보이는 문들을 고른다. 열어보고 안 열리는 문은 과감히 포기한다. 열린 문을 찾으면 좋아하고, 원했던 문이 잠겨있으면 좌절도 한다.


그리고 꾸준히,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어디에 도달할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처럼 닫힌 문 앞에서 슬퍼지는 날도 있지만 조금만 주저앉아 울고 또 다른 문을 열어보러 가야겠다. 그래야 한다는걸... 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님에게 자퇴나 우울증을 이야기하는 방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