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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Oct 20. 2023

물 없는 바닷속 걷기

로렌스 위너 전시회


아트퍼스트 시즌2 '재료와 나' 여섯번째 시간은 네트워킹 데이였다. 오설록의 이 케익을... 아니, 로렌스 위너 전시회 UNDER THE SUN을 보러 갔다. (케익 진심 추천... 맨 밑의 쿠키는 정말 취저였다)


우리 모임에서 어떤 분들은 서로 친해지기도 했지만, 나는 전시의 어떤 글자들처럼 어딘가에서 겉도는 그런 느낌이다. 정말 좋은 클래스이고 모임 사람들도 다 좋은데 선뜻 다가가게 되진 않는다.


이 클래스 자체가 아주 깊이있는 속 이야기를 끌어내는 프로그램은 아니기도 하다. 그것도 있고, 정신과 약들을 먹기 시작하면서 그나마 부족한 내 사회성이 좀더 없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것, 새로운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줄고 차분(=기분 가라앉음)해지면서 말수가 없어졌다. 요즘은 먼저 다가가는게 어려워져서 그냥 조용히 듣기만 하는 편이다.



아무튼, 전시를 보기 전에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먼저 보면 도움이 된다고 해서 우리는 인터뷰를 열심히 봤다. 그 다음엔 각자 떠돌면서 자유롭게 관람했다.


아는 단어들, 모르는 단어들, 아는데도 언뜻 다른 의미로 보였던 단어들, 단어 이전에 글자들, 단어 묶음인 문장들, 차원을 넘으려하는 문장들... 각각의 작품들이 서로 손을 뻗어 내 심장을 잡았다가 놓아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나하나가 내 마음을 홀리는 것들이었다.


직관적으로, 내 언어지식과 배경을 담아서 읽으면 어렵다기보단 즐거운 전시였다. 몸으로 공간(전시공간, 작품이 지시하는 공간, 작품에 의해 연상되는 공간, 글자가 만들어내는 공간)을 느끼고 눈과 뇌와 마음으로 의미와 모양을 느낄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공간, 글자, 폰트, 단어, 색깔, 의미, 배치, 연상되는 것들. 전시장은 그런걸로 가득차있었다. 글자들만으로 빈 공간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다는게 신기했다. 물없는 바닷속을 산책하고 온 느낌이랄까.


우리는 각자 속도에 맞게 전시를 보고 카페에서 만났다. 그리고 전시회를 모티브로 한 작은 케익을 먹었다. 맛있었다. 여러가지 이야기도 했고 다가올 전시회에 대한 고민도 나눴다. 그렇게 우리는 문장으로 포개졌다가 글자로 다시 흩어졌다.


옷을 좀 원색으로 입고 갈걸 그랬다. 빨강, 파랑, 노랑. 그러면 더 분위기가 살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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