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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Oct 21. 2023

진심이 좋다

흙탕물을 흘려보내고 남은 것

진심으로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좋다. 나는 남의 비밀은 지키지만 나 자신에 대해선 터놓고 말하는 편이다. 요즘엔 내가 좀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더라도 (못먹는 것, 못하는 것 등등) 솔직하게 말하는 편이다.


나를 방어하려고 크고 작은 거짓말을 하는건 그만둔지 오래됐다. 아주 최소한의, 필요한, 남에게 해를 입히진 않는 소소한 거짓말들 외엔 잘 안한다.


거짓말에 소모할 에너지가 없는게 제일 크고, 우울증 이후엔 뇌가 좀 느려진 것도 한몫한다. 거짓말을 하려면 순발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안되니까.


그래서 보통은 마음을 밖에 내놓고 산다. 어떤 사람이든 진심으로 대하려고 노력하고 이해하려고 하고 장점을 보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진심 아닌 사람들은 잘 안만나게 된다. 보여지는 나를 꾸미고 가식적인 대화를 하는 시간이 아깝다. 명확하게 선이 그어진, 나와 다른 세계에 속해있고 나를 이해하려는 마음조차 없는 사람과도 마찬가지다. 마음을 닫고 나를 대하는 사람들과 만나느니 그냥 혼자 시간을 보내거나 자는게 낫다.


진심이라고 해서 사람간의 거리를 싫어하는건 아니다. 서로 거리가 있고 예의갖추는 사이에서도 진심은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 스카프 예쁘다는 칭찬, 헤어스타일 바뀐걸 알아봐주는 관심,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진심이라는건 별거 아니다. 항상 진심일 필요도 없다. 나이나 배경도 상관없다. 가끔이라도 솔직한 감정을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 그거면 충분하다.


내가 는 모임 중 한 3~4개 정도가 그런 사람들의 모임이다. 많진 않지만, 주위의 친구들도 진심인 사람들뿐이다. 그런 모임에 다녀오거나 친구를 만나고 오면 항상 마음이 설레고 살아있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 행복감이 우울이나 허무함같은 마음속 찌꺼기들을 완전히 닦아내준다.


아마 아빠는 내가 이러고 다니는걸 알면 엄청 싫어할 것이다. 사람은 항상 가면을 써야하고 남과 다른걸 드러내면 안되고 약한 부분을 보이면 남들에게 약점 잡힌다고 생각하니까.


사회에 나와보니 그게 틀린 말은 아닌데, 오히려 맞는 말에 가까운데, 내 성격이 그게 잘 안되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선 좀 둔한 곰같다. 엄마를 닮은 것 같은...


지금까진 다행히 좋은 사람들을 만난거고, 앞으로는 아닐수도 있겠지만... 내가 마음을 집어넣고 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살 때 행복하지 않은데, 그렇게 살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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