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지나가다 주차장 울타리에서 이런걸 봤다. 힘내지 않아도 괜찮아, 우리 모두 잘하고 있어요. 뜬금없지만 순간 미소짓게 만드는 것들이었다.
만드는 사람에게도 큰 노력이 들지 않고, 보는 사람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소소한 선물. 이런 작은 선행도보는 사람에 따라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사실 이번 직장으로 옮긴 후에는 출퇴근 거리도 멀어지고 뭔가 마음의 여유도 좀 없고 계속 몸이 안좋기도 해서 올해는 활동(내 가치관에 맞는 활동들... 전부 봉사활동이다)을 거의 안했다.몇가지 한게 있지만 진짜 최소한만 했다.
더 꼼꼼하고 세심하게, 주위 의견들을 반영해가면서 할 수 있었던 일들도 5분만에 해서 넘겼고 저녁 회의 참석은 전부 패스했다. 행사도 갈 수는 있었는데 피곤해서 못갔다. 단톡 확인도 잘 안했다. 기한을 못 맞춘 것들도 많다. 피로감과 여유없음의 한계선에서 (시간이 없진 않았는데...) 주어지는 것들을 대충대충처리했다.
아무리 봉사라도 대충 해버리는 스스로가 한심하고 이럴거면 그냥 안하는게 낫지 않나 싶었다.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았다. 그래도 내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이라 아예 그만두는건 내키지 않았다. 민폐라는걸 알면서도 양해를 구하면서 어찌어찌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도 주위 사람들은 고마워했다. 그 '대충'이라도 꾸준히 해주는게 쉽지 않다고 말해주는데... 너무 고마웠다.
돌아보니 여건이 안되어도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게 낫긴 한 것 같다. 나에겐 대충 한거고 별거 아닌 거지만 그것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는 거였다. 하겠다는 사람이 아예 없을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기분이라는게 있으니까.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누군가 도와주겠다고 나서서 한 자리 맡아주면 든든하고 외롭지 않은, 그런게 있다.
앞으로는 자괴감이나 죄책감을 갖지 않기로 했다. 대충 하고 조금 하고 기한을 못 지키더라도 나는 내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