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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Nov 13. 2023

대학원 면접


일단 끝나서 다행이다.

누군가에겐 별거 아닌 일이겠지만 전공 교수 공포증, 입시 공포증이 있는 나에겐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했다. 지난 몇주간 높은 긴장감과 불안감으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결과야 어떻든 분위기는 좋았던 면접이 끝나고 제정신으로 생각해보니 나의 두려움은 그냥 막연한건 아니었다. 거기엔 구체적으로 원인제공을 한 나쁜 사람이 있었다.


예를 들면, 내가 한쪽 청력을 많이 잃었을 때 수업을 들을 수가 없어서 수강포기를 하려고 사정사정했을 때 그건 니 개인 사정이라고 딱 잘라 거절했던 교수라던지 하는. (수강포기 가능한 기간이었다... 안되는걸 부탁한 것도 아닌데.)


그런데 나는 내가 무능력해서 공부를 못하니 스트레스를 받는 거고, 그래서 돌발성 난청이 온거고, 능력있는 사람이었으면 이런 상황속에서도 공부를 잘 했을텐데 내가 멍청해서 따라갈 수 없으니까 수강포기를 해야하는 거고, 평소에 열등했으니까 교수에게 이런 취급을 받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열등한 상태에서는 교수들에게 언제든 상처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논리적이지 않지만 자존감 지하 100층인 그때는 그렇게 연결이 됐다.


돌아보면 내가 무능력해서 상처를 받은게 아니라 그들이 원래 꼬여있고 상대방을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그들 잘못인데도 난 내가 멍청해서 그런 취급을 받은 것처럼 느껴왔다. 바보같이.


그런건 이제 막 쌓아두지 말고 '나쁜놈 상자'에 분류해놓고 넘어가야겠다. 아무데나 두니까 뭉뚱그려서 내가 바보같았던, 막연히 상처받고 두려운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공포증'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나빴던 누군가에 대한 기억이라는걸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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