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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Nov 21. 2023

착륙하기

약 떠나보내기

감정의 구름빵들이 사라져버리고, 착륙 중이다.

웅덩이에 물이 고이는 것처럼 자아의 틀 안에 감정들이 들어온다. '나'라는 습관이 다시 시작됐다.


자아라는 감각은 정말 신기하다. 이게 뭔데 나라고 느끼는 걸까. 약 때문에 꽤 오랫동안 잊고 살았는데 어떻게 그 자리를 기억하고 찾아온걸까. 약간의 고집들도, 선들도 함께 돌아왔다.


내 것 아닌 이상한 감정들이 사라진건 만족스럽다. 애도 없는데 애가 다쳐서 병원에 데려가고 있는듯한 기분이 든다거나 하는 일은 완전히 없어졌다. 갑자기 세상 무너지는 감정을 느끼거나 이상한데서 서운함이 터지는 일도 없다.


색깔이 조금 돌아온 느낌이다. 어떤 영화에서 세상이 온통 흑백이었는데 갑자기 색이 채워지는 장면처럼. 아쉬운건 내가 좀 덜 단단해도 좋은데 약을 끊으니 조금 단단해졌다는거. 물렁하고 붕 떠있는 것 같은 때의 장점도 있는데 그걸 못누려서 아쉬운 부분도 있다.


무사히 착륙해서 또 나아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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