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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Dec 24. 2023

마음의 연말정산

친구와 크리스마스 전전날을 함께 보냈다. 연말정산의 시간이었다. 딤섬을 먹고 조금 걷다가 우리가 자주 가는 카페에 앉았다.



점심을 가볍게 먹은 대신. 그리고 크리스마스니까! 조각 케익도 시켰다.


이미지 카드로 한해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나를 즐겁게 했던 일들.

참 많았다. 이직하면서 좋은 일도 많았고, 웃을 일도 많았고, 새로운 것들을 꿈꾸게도 되었다. 직장에서도 정말 좋은 분들을 만나서 행복했다.



올해 나를 어렵게 했던 일들.

낯선 음식을 먹어보는 것들.

그리고 외로움, 막막함. 처음으로 직장생활을 경험하면서 막막하기도 하고 방향도 모르는 채 혼자 횡단보도 앞에 서있는 것 같은 외로움도 느꼈다. 물론 그때 손을 잡아준 분들이 있었지만.


마음으로는 평범한 인생(?)을 살지 못하고 있다는 슬픔, 모든게 엉망이 된 것 같다는 느낌도 받았다. 밀가루에 계란을 깨놓았는데 반죽되지 못한... 재료도, 음식도 아닌 어중간한데서 멈춘듯한 느낌.


그런게 어려웠다.



나에게 필요했던 도움은?

내가 혼자 설 수 있게 내버려두는 것. 우리 아빠 이야기다. 나를 과보호하면서 나를 믿지 못한다고 하지 말고, 내가 혼자 해낼 수 있게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내년에 내가 바라는 것.

조각상이 자기의 만들어진 모습, 놓여진 자리를 불평하지 않듯 내 현재를 인정하고 아껴주는 것. 시간 관리를 좀더 잘하는 것. 내가 열광할 수 있는, 내 마음을 설레게 하는 다양한 일들을 하는 것.



끝날 때쯤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수많은 일들을 경험하면서 슬픔도 겪고 어려움도 있겠지만, 그러면서 단단해진 자신으로 노련하게, 우아하게 인생이라는 빙판을 또 건너갈 것이라고. 그 친구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나도 그렇겠지. 지금은 너무 어린애같지만 언젠가는 지금 친구의 모습처럼 단단해지고 여유로워질 거라고, 내년의 모든 순간들이 그럴 거라고 믿기로 했다.


상담을 받은 것처럼 마음이 개운해졌다. 자신감도 좀 돌아왔고 잊고 있던 열정도 기억해냈다. 상담사 친구가 있으면 이런게 정말 좋다. 일상의 만남이 그냥 상담이라는거.


그리고 이미지 카드의 힘을 느낀다. 아무리 자주 일상이나 고민을 나누는 친구 사이여도 쉽게 내 이야기를 꺼내진 못하는데... 이미지 카드를 매개로 해서 마음의 부담없이 내가 겪은 감정들을 다 털어놓았다.


2023년은 참 행복했다.

2024년에도 행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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