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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Dec 27. 2023

슈톨렌의 맛

가족


드디어 슈톨렌을 뜯었다.

냉장보다 조금 덜 추운 온도에서 한 일주일 정도 슈톨렌을 숙성시켰다. 배송받았을 때 이미 구워진지 일주일쯤 지난 후라서 총 2주 숙성을 거쳤다고 보면 된다.


얼마 전에 케익을 먹기도 해서 올해 크리스마스는 슈톨렌과 함께 보내기로 했다.


슈톨렌을 고르는 순간은 항상 고민이 많다. 빵 굽는 곳마다 맛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1. 시나몬 향이 강하지 않을 것

2. 너무 개성없이 파운드 케익같지 않을 것

3. 마지팬이 밤 페이스트가 아닐 것


이번에는 이렇게 세가지를 봤다.

나는 시나몬 향을 좀 싫어한다. 그냥 파운드 케익을 사면 되지 왜 굳이 슈톨렌을 샀나... 싶은 맛도 싫다. 밤은 좋아하는데 밤잼이나 밤 페이스트는 별로 안좋아한다.


며칠동안 수많은 후기들을 보고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슈톨렌을 드디어 찾아냈다. 돌덩이같던 빵이 누르면 어느정도 들어갈 정도로 부드러워질 때까지 숙성시키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드디어 개봉했다.


슈톨렌은 정말 맛있었다.

내가 원하던 맛이었다. 마지팬을 반죽에 섞어서 골고루 촉촉하고 고소한, 많이 달지 않으면서도 적당한 풍미가 있는 그런 맛이었다. 가족들도 좋아했다. 슈톨렌 한 덩이 덕분에 행복해진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뚝딱 구워내는 다른 케이크보다 오랜기간 과일을 절이고 구운 다음에도 숙성시키는 슈톨렌이 연말엔 잘 어울리는 느낌이다.


마치 오랜기간 숙성된 가족의 맛처럼...?


행복했던 이브 다음날 우리 가족은 한번 크게 싸웠고, 또 그 다음날엔 화해하고 즐겁게 외식을 했다. 사소한 것에 섭섭하고 화를 내고, 간섭하고 참견하고... 그러면서도 가족이니까 한 빵 안에 묶여있다. 어떤 곳은 딱딱하고 어떤 곳은 부드럽고 촉촉하고.

슈톨렌처럼.


올해는 이렇게 크리스마스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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