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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Feb 09. 2024

설 연휴 보내기

우리집은 따로 제사는 없고 친척집 방문도 없고 명절 음식만 조금 하기 때문에 명절을 조용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 어릴 때같은 북적북적한 명절이 그립기도 한데 직장인 입장에선 쭉 쉴 수 있는 이런 명절도 괜찮은 편이다.


연휴 전날인 어제는 퇴근길에 도서관에 들렀다. 독서라는 취미생활을 새로 만들어볼까 해서 책 세권을 빌려왔다. 책도 읽고 잠도 자고 요즘 잘 안들어가는 게임도 잠깐 했다.



오늘은 엄마랑 돈의문 박물관 마을에 다녀왔다. 마을을 없애지 않고 이렇게 남겨두고 관광지로 활용하는게 따뜻하고 좋았다. 내 세대의 추억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엄마가 좋아하셨다. 


디자인, 공간, 물건을 통해 예전의 기억들, 감정들이 자극받고 불러일으켜지는 곳.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는 말이 딱 어울린다. 부모님과의 여행지로 추천.



골목길 층층이 어떤 가게들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이런 모형도 있었다. 예전에 구술생애사 채록을 할 때, 한 구술자님이 현재 아파트가 들어서기 전의 동네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달동네 맨 밑에는 무슨 이발소, 세번째 골목에 우리집, 건너건너에는 처음 세들어 살았던 단칸방, 조금 내려오면 구멍가게, 쌀집...


모형을 보니 그렇게 골목들이 쌓인 동네의 풍경을 보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겐 짙은 추억으로 남아있는 모습일 것이다.



동네를 철거하면서 마지막 손님을 받는 가게 주인들의 구술기록을 담은 영상들도 있었는데 감명깊게 봤다.


어떤 장소의 모습,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기록을 남겨두는건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사책에 나오는 역사도 중요하지만 소시민들의 소소한 역사도 재미있고 중요하다.


동네의 사라져가는 풍경들을 사진으로 남기는 일, 그리고 사라질 사람들의 생애사를 기록하는 일에 푹 빠졌던 과거의 내가 다시 소환되었다. 다시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재작년에 진짜 열심히, 재미있게 했었는데...



마을을 한바퀴 돌아보고 아빠와 만나 점심을 먹었다. 저녁에는 시장구경을 했는데 전 냄새가 좋았다.


명절 연휴에 돌아다니면 어딜가든 사람이 적어서 고즈넉하다. 나는 좀 비어있는, 여백이 있는 공간을 거니는걸 좋아한다. 명절은 좋은 기회다. 쉬는건 평소에도 주말에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 연휴 땐 좀 다녀야겠다.


남은 연휴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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