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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렌지나무 Feb 16. 2024

대학원 학점감면 신청


울고있는 인형인데 귀엽다. 당사자의 입장이랑 제3자가 보는 관점이랑 이렇게 다르다. 당사자는 뭔가 심각하지만 제3자가 볼 땐 그저 귀여울 뿐.


대학원 학점감면 신청을 했다. 석사 때 들었던 과목 중 비슷하거나 중복되는 것이 있으면 4과목까지 감면이 된다. 4과목이면 한 학기다. 대학원 과정을 3학기로 '막을' 수 있다는 것. 직장에 다니는 입장에선 막는다는 느낌이다.


잘되면 좋겠다. 제발.


아무튼, 학점감면 신청을 하려면 석사 때 성적표를 일일이 확인해서 현재 대학원에 있는 과목과 비슷한게 있는지 찾아야 한다. 다시 돌아보기 싫은 성적표라 엄청 괴로울 줄 알았다.


그런데 뜻밖이었다. 중요한 과목들에 A+도 있고, 최소 B로 선방한 과목들도 많았다. 우울증 때문에 완전히 무너졌던 막학기만 C밭(발음주의)이었다. 그 당시엔 분명히 엉망이라고 느꼈는데 이렇게 괜찮았다니...


아이스크림을 바닥에 떨어뜨린 어린아이는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울지만... 지나가던 어른이 볼 땐 그 모든게 괜찮아보이고 귀여워보인다. 내 성적표를 다시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의외로 괜찮았네, 우울증이 그렇게 심했는데도 열심히 살았네~하는 느낌이었다.


조금씩 과거를 돌아봐도 괜찮은걸까 싶다. 어쩌면 내가 많이 나아진 건지도 모른다. 평생 아물지 않을 것 같은데도.


우울할 때도 많지만 이런 맛에 사는 것 같다.

희미하지만 희망이 있고, 밤벌레가 기어가는 속도만큼이지만 진전이 있다는거.


어떻게든 되겠지. 그럴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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